[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책은 오래된 북극, 100년 전 북극의 모습을 담았다. 문명의 발길이 아직 닿지 않을 때의 북극은 온갖 동식물이 찬란한 생명을 꽃피우는 터전이었다. 동물학자 시턴의 말을 빌리자면 이 당시 북극은 ‘신이 이미 팔레트의 물감을 이곳(북극)에 다 써버린 탓에 열대 지역에서는 녹색밖에 남지 않았던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다채롭고 화려한 자연의 세계’였다.

세계적인 동물학자이자 에세이스트인 시턴은 6개월간의 일정으로 북극을 여행하며 아직 문명을 접하지 않은 인디언들과 어울렸다.

특히 원주민 ‘치페위안족’이 기르는 동물 이야기는 시선을 끈다. 취페위안족의 달력은 ‘개 철’과 ‘카누 철’이 있다. 개 철에는 카누를 아무렇게나 쌓아두거나, 햇빛에 망가지지 않게 대충 가려놓는다. 반대로 카누 철에는 개들이 푸대접을 받는다고 하니 흥미롭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개들의 인간에 대한 헌신이다. 이들은 종처럼 인간을 받들고, 비굴할 정도로 사람을 따르며, 부단히 봉사하고서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고 시턴은 기술했다. 특히 이 썰매 개들은 야생 늑대의 특성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어 짝을 지어 다니는 경우도 많고, 씨족을 지키는 데 실패한 개는 죽음으로써 벌하는 일까지 있다고 한다.

겨울에는 원주민에게 개들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눈이 녹아내리는 4월이 되면 사람들은 판잣집 지붕에서 카누를 내려 거기에 의지한다. 이때부터 원주민들은 알아서 먹고 살라고 개를 풀어준다.

이 대목에서 시턴은 “지난 겨울과 다음 겨울의 수고로움을 고마워한다면 먹을 것을 줄만도 하건만, 개 주인의 머릿속에는 그런 생각이 없나 보다”라고 적었다.

이처럼 책에는 시턴이 직접 그린 스케치와 북극의 자연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생명에 대한 헌신과 아무 대가 없는 모정이 살아 있는 북극의 세계를 거닐었던 시턴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책에 담았다.

어니스트 톰프슨 시턴 지음 / 씨네21북스 펴냄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