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대리점, 시작부터 잘못된 계약… 헤어날 수 없는 ‘굴레’
기본 계약서에 불공정 거래 조항 多… 계약무효 가능성도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최근 본지가 단독 보도한 ‘탈 많은 교복시장 - SK네트웍스와 노예계약 맺었다(2월 17일자 1·3면)’ 편이 각종 포털에서 실시간 이슈가 되면서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에 본지는 보다 심층적인 후속 취재를 통해 SK네트웍스(이하 본사)와 ‘서울 광진 대리점’ 등 직할 대리점(이하 대리점)이 맺은 계약서를 확보, 양측의 주장이 어느 정도의 진실성을 확보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특히 16일에 관계 법률 전문가(변호사)를, 17~18일에는 양측 대리인을 만나 추가 입장과 해명을 들어봤다.

우선, 본사와 대리점의 주장을 들어본 결과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쟁점은 크게 네 가지 정도로 요약됐다. 즉 ‘재고 물품의 처리 문제’ ‘출고가 사후 공지의 문제’ ‘과다 담보의 문제’ ‘변형 교복의 문제’ 등이다. 그리고 이 같은 문제의 이면에는 대기업이 영세 대리점보다 거래상 우월한 위치에 놓임으로써 파생되는 ‘불공정 거래 계약 관행’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 “재고, 반품 안 된다” vs “대부분 처리 해줬다”

대리점 측은 이번 논란의 핵심으로 ‘재고 물품의 처리 문제’를 꺼내 들었다. 대리점 측의 주장에 따르면 문제의 본질은 본사에서 상품을 대리점에 출고한 이후 다 팔지 못하고 남은 상품(재고)이 회수가 안 된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100벌의 상품을 본사로부터 공급받아 10벌을 팔고 90벌이 남은 경우, 그 남은 90벌을 대리점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리점 측은 특히 “학교들이 본사가 내놓은 변형교복을 공식 교복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방침을 정하면서 엄청난 양의 재고가 대리점에 쌓이게 됐고, 본사는 재고 부담을 그대로 대리점에 떠넘겼다”고 강조했다.

대리점 측은 “2007년 전까지만 해도 판매분에 대한 가격만 지불하면 됐고 재고분은 본사의 소유로 인식했었다. 그래서 본사가 재고를 관리하고 주문 수량도 통제하는 등 신경을 많이 써왔다”면서 “그런데 2007년에 계약 방식이 변경되면서 본사는 재고에 대해 전혀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2007년 이후 재고로 발생한 빚을 대리점에 떠넘기면서 미입금을 약점으로 삼아 대리점을 관리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본사 측은 “대리점과의 상생 차원에서 같은 업종의 타사에 비해 상당히 반품을 잘 받아주는 편”이라며 “타사 대리점이 우리 본사를 제일 부러워하는 것도 이 부분이다. 약관상 반품을 받을 수 없게 돼 있지만 그래도 가능하면 다 받아주고 특별히 제한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본사 측은 “원칙적으로 재고에 대한 소유권은 대리점에 있다”며 “하지만 수요예측을 잘못해 어려움을 겪는 대리점을 위해 일정 예산을 편성해서 판매가 곤란한 재고를 처리해 줬다”고 설명했다.

논란거리는 또 있다. 대리점 측에 따르면 새로운 업주에게 대리점을 양도할 때 본사가 적극 개입, 본사 마음에 드는 조건이 아니면 대리점을 매각할 수조차 없도록 했다. 심지어 재고 물량에 대해 신규 대리점주와 구대리점주 분담 비율까지 정해줬다고 대리점 측은 강조했다.

만일 이 같은 개입이 사실이라면 ‘재고에 대한 소유권은 대리점 측에 있다’는 본사의 논리가 완전히 어그러지게 된다. 대리점에 소유권이 있으면 그에 대한 처분권 역시 대리점이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본사 측은 “대리점을 양도할 때 전혀 개입한 사실이 없으며 ‘재고분을 얼마에 넘기라’는 압력도 행사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본사와 대리점 간의 기본적인 계약 내용을 명시하고 있는 ‘SMART 대리점 기본 계약서’는 제12조에 반품에 관한 항목을 나열하고 있다. 동조 1항은 ‘을(대리점)은 납품된 상품의 검수일 이후 상품을 갑(본사)에게 반품할 수 없다. 다만 갑의 귀책사유에 의하여 오손, 훼손 기타 손상된 경우 또는 갑의 영업정책에 의거, 별도로 반품을 허용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검수 이전에 이미 하자가 있는 물품을 대리점이 모르고 수령한 경우나 본사의 잘못된 영업정책으로 인해 판매를 할 수 없게 된 상품도 본사가 ‘영업정책’이라는 방식으로 허용을 하지 않는 이상 반품이 불가하다. 사실상, 본사가 받아주지 않으면 반품이 안 된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이 조항은 상품이 손상된 경우 이외에는 재고에 대한 반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때문에 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 출고가 사후 공지도 ‘갑론을박’

‘출고가 사후 공지’ 부분도 논란의 정점이다. 대리점 측은 “제품이 만들어지고 난 이후 납품시점이 임박했을 때 본사가 일방적으로 제품의 출고가를 공지함으로써 가격을 예측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사업계획에 큰 차질을 빚어왔다”며 “상품이 이미 공급됐고, 판매시즌이 곧 시작되기 때문에 출고가가 큰 폭으로 인상되더라도 한 해 장사를 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대리점 측에 따르면 본사는 미리 가격을 공지할 수 있는데도 마진을 맞추기 위해 대리점들이 주문할 당시에는 교복의 출고 단가를 알려주지 않고 있다가 대리점에 상품을 공급한 후에야 일방적으로 출고가를 결정해왔다.

이는 결국, 본사의 출고가 대폭 인상 → 구매자의 수요량 감소 → 판매 부진 → 대리점의 재고 부담 → 대리점의 채무 증대 → 줄도산 수순으로 흘러간다고 대리점 측은 설명했다.

대리점 측은 “본사는 시즌 종료 후 판매되지 않은 재고 상품을 조사한 후 재고량에 대한 부분을 대리점에 미수채무로 돌리고, 날인을 독촉했다”면서 “대리점들은 생계수단인 대리점 영업을 그만두지 않는 한 본사의 이러한 미수채무 확인 요구를 거절할 수도 없었다”고 토로했다.

특히 “본사가 변형교복을 출시할 때 그 출고가를 유례없이 22%나 인상했는데, 사회적 물의가 발생하자 다시 판매 가격을 내려 보상을 하라고 지시했고, 이때 구매고객에 대한 가격 인하분의 차액을 대리점이 다 반환하도록 강제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본사 측은 “모든 대리점이 주문을 일찍 마감하는 것도 아니고, 디자인 변경 요구 사항이 많아서 출고가를 미리 공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학교에서 디자인을 바꾸는 예외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면서 “통상 출고가 상승도 예측 폭을 넘지 않는다. 출고가 사후 공지 부분은 공정위에서도 무혐의로 결정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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