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지가 입수한 스마트 교복 생산공장 한 관계자의 진술서. 이 관계자는 진술서를 통해 2009년 변형교복을 만들 당시 본사가 기존 관행과 달리 완성된 교복을 대리점이 아닌 본사로 보내라고 지시했다고 고백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본사-대리점, 갈등의 도화선 ‘디자인 변경’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2009년 언론과 여론을 시끄럽게 했던 교복논란의 중심에 ‘변형교복’이 있었다. 이 변형교복은 스마트(SK네트웍스 교복 브랜드) 본사와 대리점 간 ‘진실공방’을 벌이게 하는 핵심이자 대리점의 재정을 악화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당시 학교에서 변형교복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대리점이 주문했던 교복은 순식간에 쓸모없는 재고가 됐다. 이에 대리점은 임의로 교복을 변형시킨 본사에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본사는 2007년 고가교복으로 피해를 본 대리점주들에게 했던 것과 같이 책임을 대리점에 돌렸다. 대리점주들이 교복이 바뀌는 사항에 대해 알고 있었으니 본사는 책임이 없다는 식으로 대응하며 재고에 대한 모든 부담을 대리점에 지웠다는 게 대리점 측의 설명이다.

변형교복 재고 물량은 고스란히 대리점주들의 빚으로 쌓이게 됐다. 2007년에 이어 두 번이나 본사에 뒤통수를 맞은 대리점 측도 가만히 앉아서 당할 수는 없어 항의에 나섰다. 서울 21개 대리점주들이 2009년 5월 단체로 본사에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본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었고 항의가 심해지자 본사는 일단 재킷 반품을 약속했다. 하지만 반품해가는 재킷에 대한 채무는 감해주지 않았으며 미수채권을 앞세운 본사의 압박은 더 심해졌다.

그래도 다음 해 장사를 해야 하는 대리점들은 재킷이라도 반품해주겠다는 본사의 약속을 믿고 2010년 동복 제품을 신규 주문했다. 그러나 반품은 해가 바뀌어도 이뤄지지 않았으며 재킷만 가져가겠다는 약속 때문에 재킷ㆍ하의 등 세트 제품을 주문할 수밖에 없었던 대리점들의 빚만 더 늘게 됐다. 게다가 데모 이후 본사는 미수채권을 빌미로 대리점에 해지 통보를 해왔으며 “담보를 더 보완하라” “채권을 빨리 상환하라”며 더 강도 높은 압박을 해왔다.

문제의 발단이 된 변형교복에 대해 이정만 스마트 서초대리점 대표는 “본사의 주장과 달리 대리점주들은 교복에 자크가 달리고, 손목에 주머니가 생기고, 안감이 바뀌는 등의 내용은 전혀 듣지 못했다”며 “2008년도 4월과 9월에 2009년 교복에 대한 전체적인 트렌드 설명만 있었을 뿐 변형교복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 변형교복으로 규정된 2009년 스마트 교복에는 본사가 기능성 요소라고 주장하는 ‘소매 주머니’와 ‘옆구리 자크’ 등이 추가됐다. 대리점은 교복의 이 같은 변형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본사는 대리점도 다 알고 있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하지만 본사 측의 주장은 달랐다. 당시 사업지원본부에서 일하고 있던 이도경 부장은 “교복을 만들기 전 대리점주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디자인 설명회를 열었기 때문에 대리점이 이 사실을 모를 리가 없다”며 “재킷에 대한 반품 약속도 다 지켰다”고 반박했다.

이에 이 대표는 “본사의 이 같은 거짓말 때문에 너무 억울해서 당시 교복을 만들어 납품하던 하도급 업체 공장 관리자에게 사실을 확인했다”며 “그가 당시 본사의 지시에 따라 바뀐 디자인을 알리지 않으려 공장에 대리점주의 출입을 금지시키고 완성제품도 대리점이 아닌 본사로 보냈다는 증언을 해줬다”고 말했다.

즉 완성된 제품은 바로 대리점으로 보내던 기존 과정과 달리 제품을 본사로 보내 보관하고 있었다는 것은 변형된 것을 모르게 하기 위함이었다는 방증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이렇게 본사가 임의로 교복을 변형했음에도 본사는 재고에 대한 책임을 다 대리점에 지우고 채권도 감해주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다음 해 약정계약을 할 때 대리점의 미수 채권이 급증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말로만 ‘상생’ ‘사회적 기업’을 외치는 SK의 잔인함이 이때부터 드러난 것”이라고 덧붙였다.

▲ 변형교복으로 규정된 2009년형 스마트 교복. 재킷에 안감이 없어 추가로 내피를 구매하지 않으면 안감 없이 재킷을 입어야 한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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