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강대국을 만들기 위한 진(秦)나라 효공 앞에서 옛 관습을 버리고 과감하게 개혁을 해야 한다는 상앙의 이론에 조정 중신들의 반론은 거셌다. 상앙이 다시 나섰다.
“정치의 방법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국가로서 유익하다고 생각되면 곧장 바꾸어야 합니다. 가령 탕왕, 무왕은 옛날의 길을 좇지 않고 왕자가 되었으며, 걸왕과 주왕은 옛날의 예를 변경하지 않았는데 망했습니다. 그러므로 관습에 어긋난다고 해서 비난할 것이 아닙니다. 또 옛날의 예를 좇는다고 해서 칭찬만 할 것이 못됩니다.”

효공은 결국 상앙의 의견에 찬성했다. 그리고 그를 좌서장에 발탁하고 조정의 개혁을 명령했다. 상앙의 개혁은 백성들을 서로 감시하고 고발하게 하는 5인조, 10인조의 연좌제였다. 그에 따른 상벌 제도를 분명하게 하여 범법자에게는 가차 없고 공적이 있는 자에게는 후한 상을 내렸다. 왕족도 공을 세우지 못하면 심사하여 왕족의 적을 빼앗고, 신분의 봉록에 차별을 두고 전지, 가옥의 넓이, 가신, 노비의 수, 의복 등에도 가격에 의하여 단계를 정했다. 공을 세운 자는 사치를 허용해도 아무리 부자라도 공이 없으면 호화로운 생활을 인정하지 않았다.

새로운 국법 내용이 결정되었지만 곧 공포하지는 않았다. 백성이 의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우선 백성의 신임을 얻지 않으면 무용지물이었다. 상앙은 고심 끝에 높이 세 길의 나무 기둥을 도읍의 남문 곁에 세웠다. 그리고 그 옆에 ‘이 나무 기둥을 북문에 옮겨 심는 자에게는 상금 10금을 준다.’라는 방을 써 붙였다. 시간이 흘러도 누구 한 사람 믿으려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이 나무 기둥을 옮겨 심는 자에게 상금 50금을 준다.’라고 다섯 배로 늘리자 할 일 없는 한 사람이 겨우 나서서 옮겨 놓았다. 상앙은 그에게 즉시 상금 50금을 내리고 법령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나타내었다.

그런 뒤 비로소 새 법을 공포했다. 막상 법이 선포되어 시행되자 백성들의 불평불만의 원성이 계속 쌓여갔다. 1년 동안에 도읍으로 올라와 새 법의 불합리성을 호소하는 자가 수천 명에 달했다. 그즈음 공교롭게도 태자가 새 법을 어겼다. 상앙은 이렇게 말했다. “백성들이 새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윗사람이 법을 범하기 때문이다.” 그런 다음 태자를 법에 의하여 처벌하려고 했다. 그러나 태자는 왕의 자리를 이어 받을 사람이었다. 직접 처벌할 수가 없어 태자의 시종장인 공자 건을 처벌하고 태자의 교육을 맡은 공손가를 묵형에 처했다. 상앙의 이 조치는 효과가 매우 컸다. 다음 날부터 백성들이 새 법에 복종하기 시작했다.

그 뒤 10년이 지났다. 진나라에서는 길에 물건이 떨어져 있어도 아무도 줍는 사람이 없었다. 산속에 도적이 없어지자 생활은 안정되고 백성들은 크게 기뻐했다. 백성들은 나라에 전쟁이 일어나면 기꺼이 참전하여 용감히 싸웠고, 개인적인 시비가 사라졌고 마을마다 평화스러운 생활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되자 처음 새 법에 불만을 가졌던 사람들도 모두 그 법을 예찬하였다. 그들의 그런 형상을 보고 상앙은 다르게 생각했다. 그런 자들은 세상을 어지럽힐 위험이 있는 백성이다. 상앙은 그런 자들을 색출하여 모두 나라의 변두리로 옮겨 살게 했다. 그렇게 조치하자 백성들은 한 사람도 법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았다.

그 공적으로 상앙은 대량조(재상)에 임명되었다. 상앙은 군사들을 이끌고 나가 위나라 도읍인 안읍을 함락시켰다. 삼 년 뒤에는 함양에 성문과 궁정, 정원을 마련하고 옹에서 도읍을 옮겼다. 그 뒤 상앙은 법의 규제를 더욱 강화하고 부자와 형제가 한 집에 사는 것을 금했다. 작은 마을이나 도시를 합하여 현으로 하고 거기에는 현량과 현승을 두었다. 전국이 31현으로 나누어지게 되었다. 농민들이 농사짓기에 편리하도록 둑이나 경계를 없애고 밭을 넓혔다. 조세율을 일정하게 정하고 나라 안의 도량형을 통일했다. 이를 실시한지 4년째가 되던 해 이번에는 공자 건이 법을 어겼다. 상앙은 법대로 공자 건의 코를 자르는 엄한 벌을 내렸다. 그로부터 5년 동안 진나라는 점점 부강해지고 효공은 천자로부터 패자라는 칭호를 받았고, 제후들은 모두가 다투어 축하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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