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없어 ‘답답’… 화장실, 몇십명 함께 사용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1. 강원도 강릉에서 올라온 오슬기(21, 경희대) 씨는 원룸 보증금이 없어 학교 근처 고시원을 구했다. 오 씨는 이번 학기에 기숙사에서 떨어져 기숙사비의 2~3배 가격인 42만 원을 다달이 내야만 한다. 고시원 시설은 기숙사에 비해 열악한데다 가격이 만만치 않아 부모님께 오히려 죄송한 마음뿐이다.
#2. 충북 진천에서 올라온 정영훈(21, 휴학생) 씨는 월 28만 원을 내고 서울 용산구 청파동에 위치한 한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돈이 넉넉지 않아 고시원에 살고 있는 정 씨는 열악한 시설에 어려움을 한숨이 나온다. 3.3㎡도 채 안 되는 비좁은 방에 침대, 책상, 행거가 다닥다닥하게 붙어있고 남는 공간에는 한 사람이 겨우 서 있을 정도다. 화장실과 샤워실, 주방은 13~15명과 함께 쓴다. 정 씨는 공동으로 쓰는 주방이 깨끗하지 못해 대부분 밖에 나가서 음식을 사 먹는다. 방이 좁고 환기도 안 되기 때문에 거의 잠만 자고 아침에 빨리 나온다. 게다가 방음 처리가 되지 않아 새벽마다 잠을 설치기까지 한다.
전월세가 해마다 오르면서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들이 열악한 주거환경 속으로 내몰리고 있다. 대학가 원룸에 거주하려면 보증금 1000만 원에 월 60만 원을 내야 한다. 여기에 관리비 3만 원, 가스비·전기료를 합하면 70만 원이 넘게 든다.
원룸의 보증금과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는 대학생들은 보증금이 없는 고시원에서 살 수밖에 없다. 3.3㎡ 남짓한 방에 책상과 침대가 전부고 바닥에 앉을 공간조차 없지만 여기서 사는 학생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일반적으로 1인 가구의 최소주거 면적기준은 14㎡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생 절반은 기준 면적에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눈물겹게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YMCA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 인천, 경기도 소재의 학교에 다니면서 자취·하숙 등을 하는 대학생 5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52%가 14㎡ 이하의 공간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편 학생들이 주로 사는 고시원은 20~50여만 원 선이었으며, 창문조차 없는 방도 수두룩했다.
13일 기자가 서강대 연세대 서울대 경희대 한국외대 등 동대문, 종로, 신림동 지역 대학가 고시원을 조사한 결과, 가격은 최저 20만 원에서 최고 53만 원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에 따라 시설 수준이 차이가 났다. 외부로 창문이 나 있는 방과 없는 방은 5만 원 정도 차이가 났다. 최저 가격대인 20만 원짜리 고시원은 창문이 없고 화장실·샤워실은 몇십 명이 함께 사용한다. 53만 원짜리 고시원은 방 크기는 별반 다를 게 없으나 화장실 겸 샤워실이 함께 붙어있고 바깥으로 창문이 나 있다는 이유로 가격이 훌쩍 뛰어올랐다.
경희대 인근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지난해 준공된 신축원룸은 10만 원가량 월세가 올랐다”면서 “이런 이유 등으로 돈이 없어 원룸을 구하지 못하고 고시원으로 방을 알아보는 학생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동대문구에 위치한 고시원에서 살고 있는 정철희(27, 대학생) 씨는 “월 18만 원짜리 고시원도 알아봤는데 그곳은 다 쓰러져가는 집이었다. 정말 사람 살 곳이 못됐다”면서 “대학에서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숙사를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