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대한민국의 뿌리… 농촌이 잘 살아야 진정한 선진국”
텅 빈 농촌… 깊은 고민 ‘3농혁신’ 교육으로 해결

▲ 충남도청 3농혁신 사이트. (충남도청)

 

▲ OECD 국가 곡물 자급률 비교. (자료 제공: USDA Crop Report 2010 기준)

생산‧유통‧소비자‧전문가 함께 논의‧공부하는 대학
지역 순환 소비체계 구축… 농어촌 주민의 역량 강화

[천지일보 충남=김지현 기자] 예로부터 농사(農事)짓는 일에 대해 ‘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이 있다. “농업(農業)이 천하(天下)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큰 근본(根本)”이라는 뜻이다. 요즈음은 이 말의 의미가 무색해지고 농업의 가치는 땅에 떨어져 텅 빈 농촌에 남은 노인의 주름처럼 농민들의 고민은 점점 깊어가고 있다.

1970년대 이후 이농 현상이 심화되면서 1980년대 1000만 명이 넘었던 농업인구가 2001년에 400만 선이 무너졌고 농가 인구가 급속히 감소해 2000년대에 이르러 농가의 고령화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농가인구는 2010년 306만 8000명에서 지난해 296만 5000명으로 불과 1년 사이 10만 3000명(3.4%)이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전국의 지자체들이 제각각 ‘농촌과 농업, 농민 살리기’ 해법을 제시하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충청남도 농업기술원에 ‘3농혁신대학’이 열려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이끄는 ‘3농혁신대학’

▲ 충남농업기술원 3농혁신대학이 개강한 지난 달 27일, 안희정 충남지사와 관계자들이 현판식을 마치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3농혁신대학’은 충남도(안희정 도지사)의 민선 5기 핵심정책인 3농(농어민ㆍ농어업ㆍ농어촌) 혁신 성공 추진을 위해 생산자와 유통업자, 소비자, 전문가가 함께하는 대학이다. 최근 ‘3농혁신대학’의 안희정 교장(충남 도지사)은 “농업 농촌 농민은 대한민국의 뿌리이니 농촌의 미래 없이는 21세기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으며 도시뿐 아니라 농촌이 잘 살아야 진정한 선진국”이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3농혁신이 이 시대에 꼭 필요한 일이며 우리가 농업과 농촌, 식물과 자연을 잊으면 불행하게 될 것”이라며 “농업과 농촌은 우리가 포기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만큼 이제는 농업으로 관심을 돌리고 농촌으로 돌아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충남도에서 추구하는 3농혁신의 3대 목표는 ▲농어민들의 소득 증가와 삶의 질 향상 ▲충남도민과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기본권 실현 ▲도시와 순환‧공생하는 농어촌 공동체 만들기이다. 안 지사는 “3농혁신의 핵심은 ‘친환경농업’”이라며 “건강한 먹거리 선호 등 소비자 욕구 변화에 따라 친환경 중심으로 농정 패러다임을 바꿔야 하고 지역 순환 소비체계 구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3농혁신의 3대 추진 전략은 ▲친환경‧지역순환식품체계 수립 ▲농어촌의 지속 가능한 내발적 발전 ▲농어촌 주민의 역량 강화이다.

3농혁신대학에 대해 안 지사는 “새로운 농업 전환을 위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공부하는 대학”이라면서 “도지사로 재직하는 동안 매달 마지막 주 금, 토요일엔 3농혁신대학을 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 3농혁신대학에서 안희정 교장(충남 도지사)이 개강 축하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3농혁신대학 첫 과정 ‘쌀 산업 발전반’

3농혁신대학은 테스크포스(T/F)팀 별로 매월 넷째 주 금요일부터 1박 2일간 12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3농혁신대학 프로그램으로는 주제별 정책 방향과 활성화 방안 특강, 품질혁신‧소비운동 추진, 모범사례 발표, 명사 특강, 교양‧건강 강좌 등이 있다.

월별 교육 내용은 ▲1월 쌀 산업 발전반 ▲2월 농업 협동조합반 ▲3월 농촌 공정여행반 ▲4월 산림자원 육성반 ▲5월 선진 축산인반 ▲6월 친환경 리더반 ▲7월 청정 수산인반 ▲8월 착한 소비자반 ▲9월 농어업 6차 산업화반 ▲10월 경영인 혁신 리더반 ▲11월 마을 가꾸기 지도자반 ▲12월 친환경 급식반이다.

지난달 27~28일에 열린 3농혁신대학 첫 과정 ‘쌀 산업 발전반’은 쌀 산업 관계자 간 발전 방안 도출과 혁신과제 실천, 협력체계 구축을 위해 수업을 진행했다.

▲ ‘쌀 산업 발전반’ 둘째 시간에 ‘고품질 쌀 들녘 별 경영체 육성 사업’을 소개한 전북대 조가옥 교수. 조가옥 교수는 이날 자신의 호가 ‘3농(三農)’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쌀 산업 발전반’ 둘째 시간에 자신의 호가 ‘3농(三農)’이라는 전북대 조가옥 교수는 ‘고품질 쌀 들녘 별 경영체 육성 사업’을 소개했다. 이 사업은 쌀 시장 전면 개방에 대비해 쌀 품질 향상 및 경영비 절감으로 쌀 농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들녘 단위 50㏊ 이상의 면적으로 조직화해 쌀 농업을 경영하는 것이다.

조가옥 교수는 이 사업을 2014년까지 총 200개소, 19년까지 총 700개소(전국 100㏊ 이상 들녘 1400개소의 50%)로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 사업의 지원 대상은 쌀 품질 향상과 경영개선을 위해 조직화, 단지화가 가능한 쌀 전업농 중심의 재배농가 조직체(법인체, 작목반, 연구회 등)이며 이 사업을 추진할 경우 품질 향상 및 경영비용의 25%를 절감할 수 있다고 한다.

◆“3농혁신은 ‘친환경 농업’이 답”

▲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고향 논산에서 친환경 벼 수확을 하고 있다. (충남도청)

3농혁신대학 첫날, 네 번째 수업에서 한국생산성본부 유희성 농업마케팅컨설턴트는 “쌀 브랜드의 난립으로 쌀 등록상표 2000개 시대가 됐다”면서 “쌀 브랜드 사업은 쌀 산업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전시 행정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성공적인 3농혁신에 대해 “3농혁신사업은 교육사업으로 시작한다”면서 “교육은 생산자, 공무원, 정치인이 한 자리에서 같은 내용을 듣고 토론할 때 추진력을 가진다”고 말했다. 또 그는 “농민 전체가 운명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위기의 구체적인 내용과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해 나가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희성 농업마케팅컨설턴트는 “최근 ‘국민들이 바라보는 농업’이란 제목의 설문조사 결과 ‘농산물 시장의 개방 문제’에 대해 ‘보호돼야 한다’가 53%, ‘개방이 불가피하다, 적극적으로 개방해야 한다’가 47%라는 비율을 나타냈다”면서 “이는 여론이 개방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급속도로 기울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가격이 비싸더라도 우리 농산물을 구입하겠나”는 질문에는 ‘무조건 구입한다’가 36%, ‘안정성이 우선이다’가 38%, ‘가격이 우선이다’가 27%로 나타났다.

FTA에 따른 정부의 보상방법은 ‘직접 보상해야 한다’가 도시민 28%, 농민 50%, ‘간접보상해야 한다’가 도시민 53%, 농민 24%이다. 수입농산물을 구입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가격이 저렴해서’가 34%, ‘국산과 구분할 수 없어서’가 24%이다. 이 같은 조사 결과에 대해 유희성 컨설턴트는 “전반적으로 볼 때 친환경 농산물이 아니라면 저렴한 것을 선택하는 소비 심리가 있다”면서 “친환경 농업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 3농혁신대학이 개강한 지난 달 27일, 첫 과정 ‘쌀 산업 발전반’에서 ‘소비자가 구입하고 싶은 쌀’이란 제목으로 강의한 한국생산성본부 유희성 농업마케팅컨설턴트. 유희성 씨는 이날 자신이 귀농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아산 광역 친환경 농업단지’ 조성에 100억 투자

이와 관련해 농림수산식품부에 의해 충남도 내 아산이 올부터 3년간 100억 원을 투자하는 ‘아산 광역 친환경 농업단지’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광역 친환경 농업단지는 농업환경 개선과 친환경 농업 육성을 위해 경종과 축산을 연계하는 지속가능한 자원순환형 농업단지다.

이 사업은 삽교호 수계의 염치, 영인, 인주, 음봉, 둔포면 일대 5개 지역농협에 연합사업단(오찬석 단장)을 만들어 추진하는 농업단지이다. 올부터 2014년까지 벼, 채소 등 1360ha 규모로 조성되며 960여 농가가 참여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아산은 앞으로 3년간 친환경농산물 생산에서 유통, 가공, 체험시설까지 지역의 친환경농업 역량이 모일 수 있는 기반시설을 마련하게 된다.

아산단지에는 ▲친환경 전용 벼 건조시설 ▲친환경 교육시설 ▲친환경 체험을 위한 에듀팜 시설▲유기농 유제품 가공시설 ▲우렁이 양식장과 미생물 배양시설 및 친환경 농자재 생산시설 ▲축분 퇴비화를 위한 농축순환 자원화 센터 ▲친환경 콩나물 가공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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