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처럼 ‘글로벌 1등’으로 키우기 위한 전략
합병 시 세계 최대 규모 디스플레이 회사 탄생

[천지일보=정인선 기자] 삼성전자가 TVㆍ모니터용 LCD(액정표시장치)를 생산하는 LCD사업부를 떼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 합병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 간 합병이 이뤄지면 연 매출 30조 원대의 세계 최대 규모의 디스플레이 전문기업이 탄생한다.

15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번 달 말 이사회를 열어 지난해 1조 6000억 원대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LCD사업부의 분사를 결정할 예정이다. 3월 주주총회를 거쳐 이르면 5월 초까지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17일께 LCD사업부 직원을 대상으로 구조조정 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이 자리에서 LCD사업부 분사 안이 전달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미 LCD사업부 임원 출장보류 지시도 내려졌다.

이와 같은 삼성의 움직임은 디스플레이를 반도체 못지않은 글로벌 1등으로 키우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애초 전자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SMD와 흡수 합병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예상과 달리 LCD사업부를 떼 SMD와 합병될 전망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합쳐 덩치를 키우는 것보다 디스플레이 전문기업으로 발전시키는 게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LCD사업부는 시장 상황이 좋았을 당시 연간 1조 원 안팎의 이익을 냈지만 최근 LCD패널 가격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22조 6500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가격 폭락의 여파로 1조 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반면 휴대전화와 태블릿PC에 쓰이는 OLED를 전문으로 만드는 SMD는 모바일 기기의 호황으로 대규모 수익을 올렸다. 2010년 3272억 원의 영업이익을 남겼으며 2O11년에는 전자부품 계열사인 삼성SDI나 삼성전기보다 많은 9000억 원가량을 벌어들였다.

미래에셋증권 김장열 애널리스트는 “LCD사업부가 작년 계속된 적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조치를 취하는 게 당연한 절차라고 본다”며 “SMD와 LCD는 같은 디스플레이 분야이기 때문에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위해 하나로 묶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두 회사 간 합병 시 SMD가 LCD의 적자를 떠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더 강력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디스플레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삼성은 지난 2008년 9월 삼성SDI의 OLED사업부를 떼 4개월 뒤인 2009년 1월 삼성전자 중소형 LCD사업부와 합쳐 SMD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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