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진대리점 최경철 대표가 가압류 딱지가 붙어 있는 교복을 바라보며 착잡한 표정을 짓고 있다. 최 대표는 신학기 교복을 사기 위해 몇 차례나 학생들이 찾아왔지만 팔수 없어 마음만 아플 뿐이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인터뷰 | 스마트 광진대리점 최경철 대표
“극심한 빚 독촉에 정신과 치료로 버텨내…”

[천지일보=정인선 기자] “교복 안 팔아요? 왜요?” “죄송합니다. 사정이 생겨서 판매를 할 수 없습니다.”

신학기 교복을 사기 위해 부푼 마음에 스마트 대리점을 방문한 학생들은 아쉽게도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교복판매 시즌이라서 잠깐 문을 열어놨을 뿐인데 손님이 찾아왔다. 학생들을 그냥 돌려보낼 수밖에 없는 대리점주의 마음은 오죽하랴.

15일 오후 기자가 방문한 광진동의 한 교복매장에는 가압류 딱지가 붙어 있는 교복 박스만 가득했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20년 가까이 교복대리점을 운영한 최경철(51) 씨의 사연을 들어봤다. SK 스마트 광진대리점 대표인 최경철 씨는 자신의 삶의 터전이었던 대리점에 잠시 나와 있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듯 했다.

최근 교복 시즌이 다가오면서 또다시 가격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 최 대표는 “교복 가격이 올라 학부모나 학생들만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도 피해자”라고 말했다.

그는 “SK 본사가 2007년 고가교복 ‘타미’를 내놓았다”며 “가격 논란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발생하자 본사는 이 사업을 중단했고 재고 물품은 고스란히 대리점이 떠안게 됐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당시 고가교복 때문에 6000~7000만 원의 재고를 떠안게 돼 부담이 컸다”며 “판매도 못 해 억울한데 본사에 18%의 이자까지 물어야 했다. 대리점은 본사의 과오로 빚더미에 앉아 있는데 본사는 자신들의 배만 불리는 데 급급했다”고 전했다.

2009년 변형교복을 내놓으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최 대표는 “본사는 2009년 학교, 대리점과 전혀 상의도 없이 변형교복을 내놓았고 화려한 안감에 지퍼를 달았다며 출고가를 20%나 인상해 대리점 입장에선 교복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변형교복의 문제가 확산되자 몇몇 학교에서는 변형교복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확산됐고 교복판매를 할 수 없게 되자 그 피해는 또 고스란히 대리점이 감수해야 했다. 대리점들은 상황이 악화되자 본사에 재고 물품을 처리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본사에서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계속된 본사의 횡포에 참다못한 서울 21개 대리점주는 2010년 머리와 가슴에 띠를 두르고 ‘부당 행위를 처리해 달라’며 시위를 벌였다.

▲ 광진대리점에 가압류 딱지가 붙은 교복 박스가 그대로 쌓여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최 대표는 “시위 후 본사에서는 교복 상의에 대해서만 재고처리를 해줬고 나머지 수량은 그대로 대리점 창고에 쌓여 있어 빚만 늘어났다”며 “다음 해에 판매를 위해 또다시 새로운 물량을 주문해야 했고 이에 대리점들의 경제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본사의 과오로 교복 판매를 하지 못했지만 본사에서는 대리점과 약정했던 판매 전 75%의 물품 금액을 입금해달라고 매몰차게 독촉했다.

그는 “하루에 3번은 기본이고 전화를 받지 않으면 1시간 동안 끊이지 않고 전화를 했다”며 “본사의 잘못도 있으니 좀 도와달라고 사정도 해봤지만 피도 눈물도 없이 사람을 궁지로 내몰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지금도 전화벨만 울리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그 일로 인해 밤에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며 대인기피증까지 생겨 급기야 정신과 치료를 받게 됐다. 그는 “같이 일하던 동료도 본사의 독촉에 시달리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이러다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물에 의존해 버텨갔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최 대표는 2011년 하복 판매를 위해 본사에 통장과 도장을 맡기면서까지 물건을 신청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나기까지 물건을 받지 못해 신청을 취소했다. 또한 빚을 갚지 못해 결국엔 본사로부터 대리점, 교복 재고 물량, 부동산까지 가압류를 당했고 집은 경매에 넘어간 상태다.

이 겨울에 집까지 뺏기면 밖에서 노숙해야 할 처지에 놓이자 그는 친척들의 도움을 받아 경매 중지신청을 해 급한 불은 꺼 놓은 상태다.

최 대표는 “무엇보다 스마트 교복 사업을 하는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더 가슴이 아프다”며 “올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아이들에게 내 옷을 입히지 못하고 다른 매장에 가서 교복을 사줘야 하는 이 현실이 너무 슬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현재 이런 본사의 횡포로 피해를 본 6명의 대리점주와 함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이들이 할 수 있는 마지막 힘을 쏟아 붓고 있는 것이다.

최 대표는 “대기업과 싸우는 일이 힘겹지만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용기내서 싸우고 있다”며 “이 재판을 통해 본사의 잘잘못을 따져 더 이상 피해를 보는 대리점이 없길 바란다. 또한 교복 사업을 자신들의 돈벌이 수단이 아닌 공공품목으로 여기고, 학생들을 위해 질 좋고 싼 물건을 생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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