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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형교복 피해액 대리점에 떠넘겨”

[천지일보=이승연 기자] 이정만 대표는 “신학기 교복가격이 얼마인지도 교복을 납품받은 다음에야 알게 된다”며 ‘관례’라는 명목 아래 이어져 오는 ▲출고가 사후공지 ▲대리점에 과다담보 요구 ▲약정 계약 등 대기업의 불공정한 유통정책과 담합 관행에 피해를 입는 건 대리점과 학부모들이라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본사의 이 같은 관행을 끊어야 교복 시장이 자연스럽게 안정세를 찾아 학부모도 불안한 교복값을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리점주들에 따르면 국내 교복 생산 1위 업체인 SK네트웍스의 횡포가 처음부터 심했던 것은 아니었다. 2007년에도 ‘고가교복’ 논란으로 뭇매를 맞은 SK네트웍스가 2009년 매출을 올릴 목적으로 학생들이 선호할 만한 변형교복을 학교 동의 없이 출시하면서 사태가 악화됐다.

결국 변형교복은 학교들로부터 “공식 교복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고 본사는 변형교복의 재고부담을 그대로 대리점에 떠넘겼다. 대리점과 한 마디 상의 없이 본사의 계산 아래 만들어진 변형교복 때문에 대리점주들은 2007년 피해에 이어 2009년 변형교복 재고 빚까지 떠안게 된 것이다.

대리점주들이 관련 사업을 그만두려면 재고에 대한 빚을 다 갚아야 했다. 그나마 새학기 교복을 판매해야 수익이 조금이라도 나기에 장사를 포기할 수도 없었다.

본사가 2009년 변형교복 판매부진으로 입은 피해액을 고스란히 대리점들에 돌리자 서울에 있는 대리점주들은 본사에 내용증명을 보내 부당함을 알렸다.

하지만 책임은커녕 “나는 모르겠으니, 못마땅하면 나가라”는 식의 압박이 시작됐다. 먼저 날아든 건 대리점 해지 통보서다. 이와 함께 물건을 주문하기 전 약정했던 대로 돈을 내라며 매일 전화를 했고 미수 채권에 대한 독촉까지 심해졌다.

교복 판매시즌이 다가오면서 압박은 더 심해져 “채권을 갚아라, 담보를 보완하라”며 대리점주들을 조이기 시작했다. 강도는 매해 심해져 이제는 물건(교복)을 볼모로 잡아두고 “채권을 갚을 때까지는 물건을 주지 않겠다”는 식으로 진화했다.

2010년 9월 10일 스마트 학생복 서울대리점연합 소속의 21개 업주는 서울 강동구 성내동 SK네트웍스 앞에 집결했다. 그리고 이 같은 SK네트웍스의 불공정한 행위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다.

◆“SK 본사 믿고 물러섰는데… 돌변”

항의가 시작돼 시끄러울 조짐이 보이자 SK네트웍스는 언론을 통해 변형교복은 판매분에 대해 출고가를 30% 할인해주겠다, 대리점주들과 대화를 통해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을 찾겠다는 식의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출고가 인하는커녕 2009년 5월 항의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참여한 전 대리점에 해지통보가 내려졌고 횡포는 더 심해졌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이 부당한 횡포를 당장에라도 신고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양쪽 모두 극에 치닫는 것은 막기 위해 대리점주들은 공정거래위원회에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하지만 6개월간 시간만 끌었고 그 사이 본사에서는 지원을 조건으로 정상 영업을 권했다.

판매시즌이 다가오자 한해 밥벌이를 놓칠 수 없던 대리점주들은 보상을 믿고 물러섰지만 이를 약속했던 담당자는 승진해서 다른 부서로 가버렸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우리는 모르는 일”이라며 다시 돌변했다.
조정 신청도 신고로 넘어갔지만 본사의 설득에 조정을 신청했던 대리점들이 이탈하면서 한 개의 대리점만 남아있자 공정위에서는 잘잘못은 안 따지고 그냥 ‘심의 종결’을 내렸다.

결국 해지통보를 받았던 서울 지역 21개 대리점 중에서 11개 대리점이 운영을 그만두거나 아직도 착취를 당하고 있다. 이 대표는 “양천 대리점은 재산을 모두 빼앗기고 사업을 접었고 금천, 동작, 강남도 빚을 내 채권을 갚고 간신히 사업을 접었다”며 “하지만 그나마도 돈이 없어서 사업을 접을 수도 없는 동대문‧서초‧강서‧은평‧광진‧미아 대리점은 소송을 통해 힘겹게 대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는 사이 지난해 SK네트웍스는 ‘스마트’ 매각 절차를 진행했다. 비록 매각이 이뤄지진 않았지만 올해도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편 이에 대해 SK네트웍스는 “일부 대리점에 국한된 이야기”라며 “대리점주들이 현재 주장하는 것과 달리 변형교복은 대리점들의 요청으로 만들게 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차후 판매를 하지 못하면서 피해를 입게 된 부분에서도 본사가 일부 가격을 인하해 주는 등의 노력을 했다”며 “대리점주들의 주장처럼 출고가를 납품시점이 임박해서 알리는 것이 아니고 10월 말에서 12월 초에 공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2009년 처음 신고가 접수됐을 당시 공정위에서 조사를 했을 때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또한 법적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기에 사실상 법정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대응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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