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근대 서양 정치 이론의 토대를 제공했다. ‘군주론’의 핵심은 선명하다. 정치가 종교적 윤리나 도덕과는 다르다는 현실을 간파한 마키아벨리는 신(神)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 중심적 사고를 바탕으로 혁신적인 정치이론을 제안했다. 조선의 정도전 역시 인치가 아닌 법치의 시대로 가야 한다는 확신에 가득 찼던 인물이다. 두 사람 모두 ‘현실’에 근거한 정치를 추구했던 것이다.

정도전은 백성이 반항을 품게 되는 것을 위정자의 문제로 지목했다. 백성 가운데 도적이 된 이는 본래 성품이 나빠서 그리 된 것이 아니라 경제적 곤궁과 핍박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논리였다. 나라가 인정을 베풀어서 백성의 경제생활을 풍족하게 해주면 백성은 예의를 알고 풍속은 염치를 숭상해 나라에서 금지하지 않더라도 저절로 도적이 없어질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또한 그는 백성의 생활을 안정시키고 향상시키기 위한 구체적 수단으로 농업생산의 증진, 세금 균등, 국가재정의 충실, 가난한 백성에 대한 구휼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컨대 민본애민사상에서 출발한 정도전의 정치사상은 인정과 덕치라는 통치수단으로 구체화되고, 인정은 다시 백성의 물질생활 안정이라는 보민(保民)으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윤리와 정치 그리고 경제사상이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는 이것이 정도전이 강조한 사상의 핵심이다.

정도전은 ‘조선경국전’의 서문인 정보위(正寶位)에서 다시 한번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의 기본자세는 민심을 얻는 것’이라고 밝혔다. 백성을 진실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정치가 이뤄지는 나라, 그것이 바로 정도전이 세우고자 했던 국가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정도전은 축출을 당하고 말았다. 그는 성리학적 이상을 추구했으면서도 조선 건국세력인 신진사대부와는 견해가 달랐다. 정도전이 꿈꿨던 나라는 신진사대부와 왕의 나라가 아니라 바로 ‘백성’의 나라였기 때문이다. 책은 이러한 정도전의 생애와 업적을 통해 역사는 물론 우리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해답을 찾아간다.

박봉교 지음 / 인카운터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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