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살포’ 의혹에 연루되지 않았다며 ‘오리발’을 내밀던 정치인들이 하나둘씩 물러나고 있다. 그동안 ‘모르쇠’로 일관하던 입법부 수장인 박희태 국회의장과 청와대 김효석 정무수석이 사퇴를 표명했다. 박 의장은 “모든 것을 짊어지고 가겠으며, 모든 것을 제 책임으로 돌려 달라”고 고개를 숙였다. 김 수석도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다면서 “모든 정치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책임을 지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국민은 그러나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다. “고승덕 의원에게 돈을 돌려받았다고 보고하자 김 수석이 화를 냈다”는 박 전 의장의 전 비서인 고명진 씨의 폭로를 전후로 이들은 사퇴를 발표했다. 관련 의혹을 부인했던 이들의 모습을 기억하는 국민은 이제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처음부터 사실관계를 솔직하게 이야기했다면, 지금처럼 비난의 손가락질을 받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이들이 앞으로 어떠한 말을 하더라도 국민은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정치인들의 비리는 대부분 죄질보다 대응 방식이 국민적 분노와 실망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들의 위상에 맞는 높은 도덕성과 정직성이 요구되지만, 실제 행동은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기 일쑤였다. 이 같은 정치인들의 행태가 오늘날의 정당정치 불신을 초래했다는 지적에 공감이 간다. 국민은 말과 행동에 신뢰가 묻어나지 않는 ‘거짓 정치인’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두 사람의 사퇴를 계기로 검찰은 특히 돈의 출처와 연루자 등을 끝까지 파헤쳐야 한다.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는 데 머뭇거리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고 지지부진하게 ‘꼬리 자르기’에 그친다면, 검찰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는 커질 게 뻔하다. 게다가 우리 정치권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돈봉투 정치’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