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임진왜란은 천박한 야욕이 발현된 ‘침략 전쟁’이었다. 그런데 일본 학자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정반대다. 그들은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유발한 임진왜란은 중국이 부당하게 일으킨 침략에 대한 자기 방어였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인식은 13세기 원의 일본 침공에서 탄생한다. 말하자면, 당시 원이 일본에 칼을 겨누었던 것에 대한 복수의 표징으로 나타난 것이 ‘임진왜란’이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은 명·조선으로부터 여러 차례 침략을 받아왔기 때문에 명·조선을 공격하는 것은 정당한 전쟁, 즉 ‘정벌’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원·고려 연합군의 일본 침략에 복수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킨다는 명분 외에 두 가지 이유가 일본의 유명 소설에는 더 기록돼 있다. 근세 일본 최대의 베스트셀러 장편 역사소설 ‘에혼 다이코기’에는 히데요시의 이 같은 명분이 잘 나타나 있다.

이 소설에 따르면 히데요시는 조선·명나라를 쳐서 외국에까지 크게 명성을 떨치려는 마음이 있었다. 더욱이 그는 명나라로 들어가 스스로 황제가 되고자 했다.

이 소설에서 히데요시는 일본이라는 천하를 통일한 최고 권력자임에도 아들을 잃고 상실감에 시달리는 노인으로 묘사된다. 그러한 자신의 모습이 너무 초라하다는 것을 깨달은 히데요시는 상실감을 명예욕으로 바꿔 명나라의 황제가 되고자 한 것이다.

저자는 실제로 당대에 히데요시가 이 같은 목표를 품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이처럼 저자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을 일으키게 된 역사적·사상적 배경을 분석하며 일본인이 기록한 임진왜란의 기억을 더듬어 간다. 저자는 이들이 자신들의 침략 전쟁을 어떤 논리로 합리화하고 있는지를 명확하게 짚어내고 있다.

김시덕 지음 / 학고재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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