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순휘(국방문화혁신포럼 대표)
“우리는 조선의 딸로 태어난 죄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도대체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2012년 1월 25일 오후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마주 앉은 이용수(83) 할머니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주름이 깊게 팬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고였다. 그것은 한 여인의 눈물이 아닌 우리민족 가슴의 피눈물로 봐야 할 것이다. 이 할머니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갔던 여인들 중 한 분이었다.

일본제국은 1937년 7월 중일전쟁 이후 1945년 8월 태평양전쟁이 끝날 때까지 식민지 국가의 여성들을 강제로 징용하여 일본 군인들의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위안부’라는 집단을 만들었다. 식민지 위안부는 주로 한국, 대만여성들이 대상이었다.
현재 한국인 ‘일본군 위안부’는 20여만 명을 추산되지만 국내에는 234명이 등록되었고, 이 중 생존자는 70명뿐이며 연로한 관계로 매년 작고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주 수요일이면 일본대사관 앞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눈물로 항의하는 여인들이 바로 그분들이었다. 이제는 팔순, 구순의 호호백발 할머니가 되셔서 무슨 부귀영화를 보겠다고 그 고생을 하시겠는가? 하루에 수십 명의 군인을 상대해야 했던 지난날의 악몽이 어디 인간의 삶이라고 할 수 있었겠는가? 그분들은 자신들이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와서 외치는 이유가 다시는 후손들에게 이와 같은 비극적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주고자 함이라고 주장했다.

이 수요 항의집회는 지난 1992년 1월 8일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일본 총리의 방한을 앞두고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강제연행 인정과 희생자에 대한 손해배상’ 등을 요구하는 첫 시위로 시작되었다. 지난해 12월 14일 엄동설한에도 1000회라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우며 투쟁하는 우리 할머니들의 의연함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월 8일로 집회는 제20주년과 1008회를 맞았다.

이분들의 요구는 일본 정부의 ①일본군위안부 범죄 인정, ②진상규명, ③공식 사죄, ④법적 배상, ⑤일본 역사교과서 기록, ⑥위령탑과 사료관 건설, ⑦책임자 처벌 등 7가지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1960년대 한일청구권협상으로 모든 게 종결됐다는 궤변과 변명으로 일관하고, 법적 도의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한국의 위안부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해결요구로 마침내 1993년에는 ‘세계인권대회 결의문’에 위안부 문제가 포함됐고, 1998년에는 유엔 인권소위원회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정부의 배상을 요구한 ‘맥두걸 보고서’를 채택했다. 2000년에는 ‘일본군 성노예전범 국제법정’을 열어 일본 국왕 히로히토를 가해자로 규정한 판결이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2003년 7월에 열린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정부가 책임질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오히려 당사국인 한국 정부가 한․일 양국 간의 외교적인 마찰을 운운하며 소극적으로 방기(放棄)하면서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를 중심으로 민간시민운동차원의 주도로 끝도 없는 항의집회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의 파렴치한 범죄행위는 한국정신대대책협의회의 문제제기로 이미 여성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이슈가 되었고, 국제법에 따른 해결절차도 추진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 양자협의 제안을 일본이 사실상 거부함에 따라 정부가 한일 청구권협정상 다음 단계인 중재위를 진행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이 문제는 북한 당국과도 공조할 명분이 분명하다고 본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국민의 억울한 일에 국가가 책임과 의무를 다한다는 점에서 국가의 정체성이 시작되는 것이다. 민족국가는 그 책임의 영속성이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국가의 책임론에 입각한 국방부의 책임을 거론하고자 한다. 역사적으로 각 왕조의 국방부서 소속의 군대가 국가와 민족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지 못한 데서 발생한 국민의 비극을 공론적인 책임 차원에서 나누고자하는 것이다. 당연히 ‘일본군 위안부’는 조선왕조와 대한제국시대의 국방관계자의 책임에 이론(異論)의 여지가 없지만 국가의 정통성 관점에서 대한민국 역시 책임이 있는 것이며, 국방부도 역사적인 책임의 일단을 통감함이 있다고 본다. 군인복무규율 ‘국군의 이념과 사명’에 나와 있는 ‘군대가 국가를 방위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며, 자유와 독립을 보전하고 국토를 방위하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정의에도 일치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의 해결은 외교통상부만의 책임이 아니라 국방부가 참여하는 책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러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국민의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해줄 것으로 확신한다. 더욱이 자라나는 후대들과 국군장병에게 나라의 자유와 독립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나라를 지키지 못하면 역사의 비극이 재연된다는 교훈을 가르쳐야 한다.

국방부가 강 건너 등불처럼 바라보지 말고 위안부 피해자분들에게 나라를 제대로 지키지 못한 과거 국방 책임자들의 후배로서 송구한 마음을 전하는 기회를 갖는 것을 어떨까? 이 문제를 전 장병들과 사관생도의 정훈교육에 강조하여 나라를 지키지 못하면 이런 역사의 비극이 재연될 수 있다는 교훈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국방부는 ‘일본군 위안부’뿐만 아니라 고려시대의 ‘공녀’ ‘환향녀’ 에 대한 역사적 원인과 배경을 사관생도와 전 장병들에게 반복적인 정신교육을 통해 가르쳐서 군인의 충성심을 배양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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