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위한 보조공학기기 대부분 고가… 사용방법도 어려워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장애인의 사회활동이 증가하면서 보조공학기기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보조공학기기는 장애인의 원활한 이동을 돕고 일상생활에서 각종 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장애인이 자립적인 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중요한 보조수단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 보조공학기기는 비싼 편이라 가격을 내릴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장애인이 사용하기 편리한 보조기구의 보급이 확대되도록 정부와 민간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고가(高價)의 보조기기 접근성↓
한국장애인개발원이 2010년에 발표한 ‘보건기구·서비스 기초 실태 및 수요 추계 연구’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 및 고령 친화 보조기구 산업 분야에서 취급하고 있는 주요 기기는 정보통신 보조기기(24.4%)와 일상생활 보조기구(23.4%), 이동기기(22.5%) 등이었다.

보조기구 관련 기업에서 취급하고 있는 세부 품목 분야 비중은 보완대체의사소통 기기(10.5%)가 가장 높고, 수동휠체어(8.6%), 전동휠체어(6.2%) 순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같은 보조기기는 대부분 고가(高價)여서 소비자의 접근성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국내에는 다양한 보조기구가 많이 출시돼 있고 정부가 일정금액을 지원해 주고 있지만 대다수 장애인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구매를 부담스럽게 느낀다”며 “보조공학기기가 마치 사치품인 듯 보이기도 하며 (구매를 못 하는 게) 개인의 책임인 듯 인식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지체장애 1급인 조장용(47, 남, 서울 동작구 신대방 1동) 씨는 “장애인에게 보조공학기기는 신체 일부와 같다”면서 “하지만 가격대가 비싸면 아무리 필요해도 부담스러워 구매할 수가 없다. 제발 우리나라 수동·전동휠체어 가격만이라도 더 내려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장애인 의사 반영한 보조공학기기 개발 원해”
장애인들은 출시된 보조공학기기 중 사용하기 어려운 게 대부분이라며,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맞춤형 보조공학기기가 제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체장애 1급인 송하일(38, 남, 서울 동작구 신대방 1동) 씨는 “예전에 음성인식기기를 지원받아 테스트해 본 적이 있는데, 발음이 정확히 인식되지 않아 사용하지 못했다”며 “장애인을 위해 만든 보조공학기기이지만 장애인이 사용하기엔 사용법이 너무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기업이 맞춤형 보조기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조공학기기인 볼 마우스를 사용한 경험이 있는 지체장애 1급 장시호(47, 남, 서울 동작구 노량진) 씨는 “개발자들은 장애인을 위한 마우스를 제작할 때, 속력이 느려도 사용할 수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볼 마우스를 쓸 때 버튼을 하나씩 누르는 게 너무 힘들다. 차라리 일반 마우스를 사용하는 게 오히려 더 빠르고 편리하다”고 전했다.

이어 “시중에 나오는 보조공학기기의 상당수는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없는 ‘전시용’일 뿐”이라며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비율을 6:4로 두고, 제품 제작 초기부터 완성단계까지 당사자들의 의견을 많이 수용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장애인·민간기업·정부 함께 노력해야”
김미정 서울시 보조공학서비스 센터장은 장애인과 민간 기업, 정부가 함께 노력할 때 국내 보조공학 시장이 활성화된다고 전했다.

김 센터장은 “장애인들이 먼저 자신에게 어떤 보조공학기기가 필요한지 파악하고 정부에 필요한 사항을 요구해야 하는데 정보가 미흡해 잘 실행되지 않고 있다”며 “민간 기업은 보조공학기기의 수요가 적어 생산을 하지 않는다. 결국 정부의 예산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에 보조공학기기 시장이 들어선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성장은 빠른 편”이라며 “아직은 수요가 많지 않아 시장 자체의 발달이 미약하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보조공학기기의 필요성을 인식한다면 수요가 많아져 시장은 무한하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최운호 한벗맞춤보조공학센터 실장은 “해외는 효율적인 제도를 마련하는 데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큰 도움이 된다”며 “이와 더불어 사회공헌 관련 기업들과 일반 시민의 관심이 함께 어우러진다면 더 좋은 국내 보조공학기기 제도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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