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내 대선 실시… 서구, 이슬람 극단주의 우려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오는 11일은 이집트 호스니 무바라크(83) 전 대통령이 민주혁명으로 쫓겨난 지 만 1년이 되는 날이다.

무바라크는 1981년 안와르 사다트 당시 대통령이 암살되고 나서 부통령으로서 권력을 승계했다. 이후 그는 30년간 독재로 점철된 권좌에서 철권통치를 펼쳐왔다. 그러다가 지난해 독재정치의 종식을 촉구하는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혁명 후 군 최고위원회가 무바라크에게 권력을 넘겨받았고, 군부는 새로 대통령을 선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이집트 군부는 3월 10일 대통령 선거 후보 등록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대선 날짜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후보 등록 시기에 따라 이르면 오는 4월 또는 5월에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력한 대선 후보로 점쳐지고 있는 인물은 전 아랍연맹 사무총장인 아므르 무사와 무슬림형제단의 전 고위 위원 아불 포투 등이다.

무사는 무바라크 정권 아래에서 1991년부터 10년간 외무장관을 역임했으며 이슬람주의자인 포투는 무슬림형제단에서 25년간 ‘지도자 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현재 이집트 국민의 시선은 군부에서 민간정부로의 조속한 권력 이양에 쏠려 있다. 축구장 난동 사태 이후 시민들이 경찰청 앞으로 달려가 항의 시위를 벌인 것도 1년이 넘도록 정권을 이양하지 않고 있는 군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지난달 25일에는 이집트 민주화 상징인 타흐리르 광장에서 민간 정부로의 조속한 권력 이양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한편 향후 몇 년간 이집트에선 무슬림형제단의 약진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슬림형제단은 최근 치러진 총선에서 절반 가까운 의석을 차지했다. 급진적인 이슬람 원리주의를 주창하는 무슬림형제단은 반세기가량 독재정권의 탄압을 피해 지하활동을 전개해온 단체다. 그러다가 지난해 시위가 격해지면서 합법적인 활동을 보장받았고, 급기야 이집트 내 최대 정치세력으로 떠올랐다.

이처럼 이집트 내에서 무슬림형제단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서방 세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정당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종교적 색채가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선에서 후보를 단일화한 무슬림형제단이 승리하면 이집트가 종교적 극단주의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무바라크가 퇴진하기 전 “무슬림형제단은 반미적인 이데올로기 색채를 갖고 있는 조직”이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무슬림형제단은 “서구의 생각은 편견에 가깝다”면서 “무슬림형제단 지도자 위원 9명 중 5명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을 정도로 우리의 생각은 열려 있다”고 밝히는 등 서구 세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대중에게 온건한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더욱이 무슬림형제단 내부에도 보수파와 개혁파가 선명하게 갈라지고 있는 만큼 극단 보수화 경향으로 치우칠 가능성은 적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정상률 연구교수는 “전반적인 세계정세를 봤을 때 이집트가 극단적인 이슬람 원리주의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극단주의 노선을 걷게 되면 미국과의 관계 악화 등으로 반정부 시위의 원인이 된 경제적 문제를 더 해결하기가 어려워질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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