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점심시간 주차단속 완화
‘희망씨앗’ 100개 중 선호도 1위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서울시내 어디를 가든 주차장이 없는 음식점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점심 시간만 되면 늘 조마조마하다. 임시로 도로 앞에 대 놓은 차 때문에 손님이 혹여나 주차위반 딱지를 끊게 될까 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식사를 하는 손님도 딱지 걱정에 제대로 밥을 못 넘긴다.

서울시는 주차시설이 없는 영세 음식점들의 이 같은 애로사항을 해결해주고자 ‘점심시간 소규모 음식점 앞 주차단속 완화’ 정책을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지난 3일 박원순 시장의 취임 100일을 맞아 시는 그간 박 시장이 펼쳐왔던 시정을 ‘원순씨와 함께 달라진 100개의 희망씨앗’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또 선정된 100개의 ‘희망씨앗’에 대해 온라인 시민평가도 받았다.

그 결과 점심 시간 주차단속 완화 정책이 가장 많은 시민의 호응을 얻었다.

이 정책은 점심 시간대(11시 30분~2시)에 2시간 동안 왕복 6차선 미만의 도로변에 위치한 일반음식점 앞 주차단속을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만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2열주차나 대각선주차 등 차량 교행을 어렵게 하는 경우는 계도 후 단속을 실시하고 있다.
실제로 상인들은 이 정책에 대해 어떻게 느낄까. 6일 기자가 찾은 동대문구 장안동 부근 음식점주들은 대체로 좋은 반응을 보였다.

김정순(43, 여) 씨는 “손님들이 차를 가져와서 점심을 먹는데 이 시간대에 차를 댈 수 있으니깐 좋다. 나도 손님이 딱지를 끊으면 마음이 안 좋고, 더구나 딱지를 끊고 돌아간 손님은 다시 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지역은 저녁 시간에 단속을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이때도 좀 단속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이재일(49, 남) 씨도 “매출에 딱히 변화는 없지만 손님들이 와서 편하게 식사를 할 수 있으니깐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상순(49, 여) 씨는 여름장사인 냉면집을 하고 있어 아직까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그는 “지난해 여름에는 점심 시간에도 주차단속을 말도 못하게 많이 해서 손님들이 주차위반 딱지를 꽤 많이 끊었다. 이곳은 단속이 잘 나오는 편”이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또 그는 “한번은 식자재를 나르기 위해 가게 앞에 잠깐 차를 대놓고 짐을 내렸는데도 딱지를 끊어갔다”며 “봐달라고 말했지만 소용없었다. 식자재를 나르는 것까지 단속을 하는 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라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도 이 씨는 이번에 정책이 완화됐으니 올여름을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서민경제, 안전 관련 정책 선호
이번에 선정된 100개 ‘희망씨앗’은 ▲시민혜택을 늘린 비예산 창의적 아이디어사업(22개) ▲시민혜택을 늘린 효율적 예산 집행(44개) ▲시민 직접 참여(18개) ▲정책 기존 변화(16개) 등 총 4개 분야로 분류됐다.
특히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시책으로는 ▲영세음식점 앞 점심 시간 주차단속 완화 ▲소액환급금 공제 후 잔액만 세금으로 부과 ▲하도급 공사대금 체불방지 시스템 시 전체로 확대 ▲소형 ‘골목형소방차’ 개발 도입 ▲SNS를 통한 시민중심의 제설작업 시행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번 100개의 ‘희망씨앗’에 대해 시민들은 서민경제, 안전과 관련한 정책을 주로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의 선호도가 가장 높았던 주차단속 완화 정책에 이어 ‘서울시 발주공사 하도급대금 지급보장’ ‘전국 최초 소형 골목형소방차 개발 도입’ ‘119 생활구조대 5분내 현장 도착’ 등도 호응이 높았다.

‘서울시 발주공사에 대한 하도급대금 지급 보장 시스템’은 많은 공사현장에서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이 하도급대금을 제때에 받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이는 하도급대금 지급 여부를 문서를 통해 사후 확인하던 방식에서 벗어난 것으로, 서울시가 공사대금을 제휴 금융기관의 지정계좌에 입금하면 대금이 적정하게 지급됐는지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돕는 온라인시스템이다.

이와 함께 올해 1월부터 도입된 골목형소방차는 평상시에는 소방안전순찰용으로 활용하다 목조문화재나 주택밀집지역 등 밀폐 공간 화재에 초기 진화를 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현재 종로·동작소방서에 각각 1대씩 총 2대가 배치돼 시범 운행 중에 있다.

동작소방서 김영관 홍보담당 소방사는 “아직까지 골목형소방차를 이용해 화재진압을 한 적은 없다”며 “하지만 동작구에 재개발단지가 있어서 좁은 골목이 꽤 많다. 좁은 통로로 인해 큰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할 경우 초기 진압을 할 수 있어 화재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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