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명원 신부는 23년 동안 불교의 진리를 탐구한 신실한 불자이다. (사진제공: 서명원 신부)


―가톨릭 교리와 불교 교리는 어떤 점에서 다르다고 생각하십니까?

불교의 역사는 2500년이고 그리스도교의 역사는 약 2천 년입니다. 너무 방대해서 쉽게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예전에는 무식의 용기에서 나오는 이야기들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어느 정도 알기 시작하니 쉽게 말할 수가 없습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불교 안에서 이것을, 그리스도교에서 저것을 끄집어내서 비교한다면 굉장히 국한된 비교입니다. 그래도 조심스럽게 접근해본다면 불교의 출발점은 고통의 문제입니다. 인생은 온전히 고통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서 고제(苦諦)라고 말합니다.

부처님께서 가르쳐주신 길, 팔정도를 따라가면 고통의 원인을 끊어버릴 수 있다고 불교는 말합니다. 팔정도(八正道)란 ‘바른 말을 하고 바른 행동을 하고 바른 생활방식 가져야 한다는 것, 또 바른 집중을 하고 바른 노력을 하고 바른 명상과 바른 생각을 하고 바르게 가는 것’을 말합니다. 8가지 길을 가면 고통의 원인에서 벗어나 생사윤회를 뛰어넘을 수 있다고 합니다. 즉, 열반에 들 수 있다는 것이죠. 예수 그리스도교가 해결하려고 했던 문제는 고통의 문제 그리고 최고 고통인 죽음의 문제입니다. 그 부분에 있어서 비교를 한다면 둘 다 고통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고통의 문제는 죽음을 포함해서 생각하셔야 합니다. 궁극적인 목적은 굉장히 비슷합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불교는 부처님의 깨달음을 중심으로 해서 이루어지는 수행체계인 반면에 그리스도교는 예수 그리스도님의 사건을 중심으로 해서 이루어진다는 차이가 있지요. 이렇게 글로 정리하는 데 10년 넘게 걸렸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열반·극락·정토가 그리스도교에서 말하는 천국과 같은 개념이라고 봐도 무방할까요?

그리스도교가 가르치는 것은 부활의 세계입니다. 죽으면 다른 사후세계가 있다는 것이죠. 불교에서는 열반의 세계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근데 똑같지는 않아요.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똑같다는 이야기를 좋아해요. 문화의 특징 중 하나죠. 한국 사람들은 종교와 종교 사이에서 다양성, 차이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유사성을 곧잘 강조합니다.

―종교의 목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종교의 목적은 진리 탐구지요. 머리가 아니라 실천을 통해서 영생을 얻는 것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열반을 얻는 것이지요. 종종 종교적 체험을 배제하고 종교를 공부의 대상으로만 놓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저는 이러한 관점을 오류라고 생각합니다. 종교는 생쥐들의 꼬리를 대상으로 놓고 연구하듯이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교리에 관한 이해와 체험이 하나가 돼야만 종교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종교학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현재 한국 종교계의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저는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니까 제가 파악한 범위 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한국 종교계는 더불어 함께하기보다 각자 따로 노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 완력이 세고 암암리에 경쟁이 치열해요. 어떤 경우는 개신교와 불교 사이처럼 폭력으로 넘어가기도 하지요.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타종교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저처럼 불교를 연구하는 그리스도인이 한반도에는 거의 없어요. 또 불자로서 그리스도교를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그러면서 서로의 종교에 대해 상당히 가볍게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수많은 한국 사람들이 이러한 문제를 인정하지는 않아요. 오히려 이웃 종교와의 소통에 관해 이야기하면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지요.

―앞으로의 계획에 관해 말씀해 주십시오.

현재 인터넷을 통해서 불교를 깊이 사귀고자 하는 동서양의 그리스도인들을 도와주고 있습니다. 아직 실험단계지만 그리스도인들을 위한 수행법을 만들었어요. 앞으로는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본격적인 만남을 위해 불자와 그리스도인이 만날 수 있는 수련원이나 센터를 국내에 만들 계획입니다. 뜻이 비슷한 사람들과 오래전부터 준비했고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다 모아서 땅도 구입했습니다. 앞으로 수행을 통해 더 성숙해지고 성화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경전의 원래 가르침을 더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 최근 팔리어와 히브리어를 공부하고 있다는 서 신부. 진리를 탐구해 생로병사의 해답을 찾아 영생, 혹은 열반에 이르고자 하는 그의 노력이 건강한 열매 맺어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기를 바란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