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수 한체대 스포츠언론정보연구소장
이제는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다. 미국의 슈퍼볼이 아니라, 세계의 슈퍼볼이 된 모양이다. 가장 미국적인 스포츠이지만 세계화된 스포츠로서 큰 인기를 누린다. 미국 프로풋볼리그(NFL) 챔피언 결정전인 슈퍼볼은 전 세계 수억 명이 지켜보는 최고 인기의 단일 스포츠이벤트로 자리잡았다.

6일 오전(한국시간) 미국 인디애나 폴리스에서 벌어진 뉴욕 자이언츠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제46회 슈퍼볼 매치는 전 세계를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슈퍼볼을 포함해 미식축구는 수년 전만 해도 아주 낯설었다. 경기 방법과 규칙 등이 생소하고 운영방식 등이 우리 스포츠 환경에 잘 맞지않아 슈퍼볼을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올해의 경우 점차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슈퍼볼의 달라진 모습을 실감했다. 경기상황이 실시간으로 국내 포털사이트를 통해 전해지며 슈퍼볼이 실시간 이슈 검색어 상위에 오를 정도였으며 국내 주요 신문과 방송 등은 스포츠면 톱기사로 경기소식을 다루었다. 국내서 한때 미식축구를 좋아하는 매니아층만 관심이 있었던 소수의 종목에서 벗어나 관심의 폭이 한층 넓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다 올해는 한국의 대표적인 기업인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가 세계에서 가장 비싸기로 소문이 난 슈퍼볼 TV 광고를 내보내고 한국계 미식축구스타 하인즈 워드가 TV에서 경기해설자로 출연해 더욱 관심을 모았다.

한국기업의 슈퍼볼 TV 광고는 현대자동차가 지난 2008년부터 해왔으나 올해에는 삼성전자가 새롭게 가세해 세계 시장에서 한국기업의 강화된 위상을 보여준 셈이었다. 현대자동차는 기아차를 포함해 총 5편의 광고를 제작, 200여억 원 이상의 광고비를 썼으며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 스마트폰 광고에 100억 원 정도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의 광고 중 ‘ALL FOR ONE(모두가 하나로)’이라는 주제의 광고는 이번 슈퍼볼 광고를 통틀어 가장 호응이 높았다. 이 광고에서 현대자동차는 사원들의 팀워크를 살려 믿을 수 있는 차를 만들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엔지니어링에서 프로덕션, 세일즈, 서비스까지 미국 알라배마 공장 생산근로자와 사원 등이 대거 출연해 팀워크로 자동차를 만들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유력신문은 슈퍼볼 광고에 대한 TV시청자들의 평가를 계량화한 결과를 실시간으로 측정했는데 현대자동차의 ‘ALL FOR ONE’은 가장 기억할 만한 광고로 첫 손가락에 꼽혔다. 이 광고를 본 후의 댓글들을 살펴보면 “이 광고는 너무 마음에 든다. 정말 재밌어! 현대제품의 위대한 통합이랄까. 현대근로자들도 틀림없이 자랑스러워할 거야.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이 광고는 기억해둘만 해.” “이건 대단하다!! 난 현대가 자사 근로자들을 이용해 자기 회사 광고를 만들었다는게 정말 마음에 든다. 정말 멋있어!” “한 단어로 말하면 판타스틱!” “무엇이 필요하냐고? 팀워크! 무엇이 필요하다고? 팀워크! 고맙다. 내 가슴속에 잠자던 것이 깨어났어. 멋진 영상이다.” 등으로 칭찬하거나 감동을 받았다는 내용이 많았다.

현대자동차의 이 광고에 미국인들이 큰 호감을 갖게 된 것은 최고의 기술과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오락성 콘텐츠가 남발하는 여러 슈퍼볼 광고 가운데에서 제품 이전에 화합과 단결의 인간적인 가치가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호소력 있게 전한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파업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현대자동차이지만 세계 자동차 전시장인 미국 시장에서 직접 자동차 공장을 세워 제작하는 글로벌 자동차메이커로서 믿음과 신뢰를 받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이 광고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올 슈퍼볼은 미국 사원들의 팀웍을 잘 살린 현대자동차의 이미지 광고의 성공 덕분에 경기를 보는 것 이상의 흥미와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