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정옥임 의원은 소위 ‘나경원법’으로 불리는 공직선거법의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직선거에서 당선을 목적으로 본인이나 상대 후보 및 그의 가족에 대한 허위사실을 신문, 방송, SNS를 포함한 인터넷을 통해 유포할 경우 벌금형을 제외하고 징역형으로 가중 처벌하는 법’이 골자이다.
이에 반해 민주통합당의 박영선 의원은 정봉주 전 의원을 구출하고 표현의 자유를 되찾기 위하여 일명 ‘정봉주법’을 발의하였다. 우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죄 처벌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고, 또한 제2의 정봉주를 만들지 않기 위하여 형법,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된 명예훼손죄를 개정하는 내용도 함께 제출했다.
두 법안이 주장하고자 하는 내용을 이해 못하는 바도 아니다. 엄밀하게 들여다보면 인권을 보호한다는 측면이 있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규정을 명확하게 하자는 뜻이 담겨져 있다. 공직선거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대한 규정이 모호하다는 데 이유를 찾아볼 수가 있겠다. 즉 허위사실을 유포자가 알고 했느냐 모르고 했느냐에 대한 것과 명예훼손이 성립되느냐 안 되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각 개인의원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으나 대체로 새누리당의 입장은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법을 적용하여 죄를 엄하게 묻자는 것이고 통합민주당의 입장은 표현의 자유를 중요시하고 명예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 죄에 대한 것은 관대하게 처분하고 사실 확인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개연성이 있는 사실에 대해서 의사표현을 한 것은 법의 처벌을 받을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입장은 허위사실에 의해서나 명예훼손을 당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는 관점이고 민주통합당의 입장은 허위사실 유포를 했거나 명예훼손을 한 사람에 대해서 엄하게 죄를 묻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러한 사실은 정치적인 사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근래에 나경원 서울시장 후보가 연회비가 1억 원이 넘는 피부과에 출입해 논란이 일어난 것과 관련해서 검찰이 사실이 아니라고 수사를 종결했다. 당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측에서 보면 선거 5일 전에 불거진 이 문제가 천추의 한으로 남을 수도 있을 것이다. 좀 더 멀리 보면 이회창 대통령 후보의 3대 의혹제기 등에서 보듯이 결과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왔고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형사처벌을 받았다.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될 수 없었던 결정적 이유로 작용했을 수도 있다. 이는 국민의 선택을 호도하여 민의를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했을 수도 있는 심각한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진보언론과 민주통합당은 정봉주 전 의원이 BBK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구속당했다고 말하지만 BBK의혹 제기에 대한 구속이 아니라 주가조작을 했다는 허위사실 유포죄로 구속된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뜻대로 ‘정봉주법’이 시행된다면 앞으로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 등 선거사범에 대한 수사는 끝없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상대방을 욕보이고 낙선시키기 위해서 한 사람이 총대를 메고 끊임없이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양산한다고 가정해보자. 선거는 허위사실 유포자의 의도대로 결과가 나오고 나중에 법적인 잘못이 드러나더라도 벌금이나 내고 집행유예 정도로 끝나면 피해를 당한 후보자의 억울한 현실은 재수가 없겠거니 생각하든지 그럴 수도 있다고 묻어버리자는 말과 같다.
거짓을 말하는 것은 정의에 어긋난다. 허위사실을 유포하고 명예를 훼손하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법적인 처벌은 가볍다면 음해와 모략을 뿌리 뽑을 수가 없다. 거짓된 표현의 자유로 인해서 고통 받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런 자유에 대한 냉엄한 대가는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민주질서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민주사회에서 자유에 대한 책임은 져야 한다고 배웠다. 남을 모함하고 음해하는 자유는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한계나 정의에 대해서 국민적인 총의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