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삼 미술품 복원가ㆍ미술품 복원연구소 art C&R 소장
최근 입적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스님의 사리가 공개됐다. 공개된 사리는 진주같이 원형을 띄는 예쁜 모습이었는데 실제 필자가 박물관에서 본 다른 사리들은 색깔과 모양이 제 각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실제로 지관스님의 다비식 시신을 불에 태워 화장하는 불교 장례예식 후에 공개된 사리보다 실은 훨씬 많은 사리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아마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마당에 가급적 보기 좋은 것으로 몇 개를 골랐을 것으로 생각된다.

유명한 고승들이 입적하고 나면 사리가 몇 개가 나왔냐는 것이 이슈가 되곤 한다. 마치 사리의 양이 그 스님의 공력의 결과물인 양 생각하는 신도들이 제법 있어 사리의 양이 적게 나오는 경우에는 낙심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한다. 이러한 사리에 대한 맹목적인 세간의 몰이해 때문인지 최근에 입적하신 법정스님 같은 분들은 사후에 사리를 수습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기도 했다.

사리의 기원은 석가모니를 기리기 위해 화장한 시신을 나누어 탑의 원형인 스투파에 보관하고 숭배하였던 것으로부터 비롯되었다. 그 후 사리를 오랜 수양의 결정물로 여겨 고승들의 공력을 기리고 숭배하기 위해 화장 후 발견되는 사리를 모아 탑을 세워 보관하는 것이 불가의 오래된 전통이 되었다.

원래 사리(舍利)란 말의 기원은 산스크리트어의 사리라(Śarῑra)에서 유래되었으며 원래 의미는 신체의 구성 요소를 뜻한다. 사리 역시 신체의 일부가 화장과정에서 고열에 의해 변성된 것이므로 신체의 일부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서양의 대표 종교인 가톨릭교 내에서도 성인들을 기리기 위해 그 유해를 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성인의 뼛조각이나 기타 신체의 일부를 대리석 또는 유리관에 담아 화려한 금장식을 한 후 성당의 한 곳에 비치해두곤 한다. 이를 성물(relic)이라고 한다.

사리와 성물은 고승이나 성인의 공력을 기리기 위한 신앙의 대상으로서 신자와 연결고리라는 공통점은 있다. 그러나 형태상 사리는 신체의 일부가 화장과정에서 독특한 형태의 결정물이 생성된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사리 생성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정(假定)이 난무하다. 일부에서는 고승들의 섭생에 주목해 평생 몸속에 축적된 담석이나 결석일 것이라고 추측을 하기도하고 일부이긴 하지만 성(性)적으로 절제된 삶을 살았던 승려들의 정액이 변성이 된 것이라고 억지스런 주장을 내는 이도 있다.

그러나 불교신자도 아닌 일반인에게서도 화장한 후 사리가 나오고 더구나 여인들이나 심지어 동물에게서도 나오고 있어서 이와 같은 가정은 별로 신빙성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불교계에서는 일반인들의 것과 승려의 사리는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사리의 성분에 대한 과학적인 조사도 진행되어 한 대학 연구실에서 사리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사리의 구성물은 대부분 뼈를 구성하는 원소와 함께 미량의 특이한 원소들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미량의 원소는 고온의 열에서 생성될 수 없는 원소라서 그 현대과학으로서도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사리의 생성을 규명하기 위한 시도가 오히려 새로운 미스터리를 만들게 된 셈이다.

사리가 만들어지는 미스터리가 밝혀진다고 해도 사리의 본질은 사리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의미하는 것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법력은 눈에 보이지 않는 데 있지 사리에 구현된 것은 아니다’라고 하며 입적 후 사리를 찾지 말라고 당부한 은허스님의 말씀이 사리의 의미를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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