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오기는 우직하면서도 명예를 중시합니다. 그리고 굉장한 인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왕에게 이렇게 고하십시오.
‘우리 위나라는 작은 나라이고 이웃에는 강국인 진나라가 있습니다. 오기가 언제까지 우리나라에 머물지 걱정이 되어 잠이 오지 않습니다’ 하고 말씀해 보십시오.
왕께서는 분명 어떻게 하면 좋으냐고 물으실 것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대답하십시오.
‘미혼인 공주 하나를 오기에게 시집보내겠다고 하시고, 그가 우리 위나라에 언제까지 머물 예정이라면 수락할 것이고, 그럴 뜻이 없으면 물리 칠 것입니다. 그것으로 그의 속마음을 알 수 있다’고 여쭈십시오.
그리고 공주를 나으리 집으로 초대했다가 오기가 오면 그가 보는 앞에서 무조건 나으리를 꾸짖도록 해야 합니다. 오기는 그런 모습을 보면 반드시 공주를 아내로 맞기를 꺼리게 될 것입니다.”

계략을 각본대로 실행에 옮기자 과연 공주가 재상인 공숙을 꾸짖는 모습을 본 오기는 무후에게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오기에 대한 무후의 신뢰는 식어갔다. 그대로 있다가는 어떤 변을 당할지 모른다고 판단한 오기는 곧장 위나라를 떠나 초나라로 옮겨갔다.

초나라 도(棹)왕은 이미 오기에 대한 평판을 알고 있었기에 즉시 그를 재상으로 등용했다. 오기는 재상으로서 초나라 법 체제를 뚜렷이 했다. 필요 없는 관직을 없애고 왕의 친척인 공족들의 관직을 빼앗고 남는 재정은 병사들을 기르기 위한 곳에 돌렸다. 그리고 강병책을 추진하였고, 제후국의 연합을 부르짖는 유세객들의 논리를 배제했다. 국가의 병력이 충실해지자 남쪽으로 백월을 평정하고 북으로 진(陳), 채(蔡)를 병합하여 3진(한.위.조)을 물리쳤으며 서쪽으로는 진(秦)나라를 쳤다. 드디어 초나라는 강대국으로 위세를 떨쳤다.

그러나 나라 안에서는 오기에게 관직을 빼앗긴 공족과 중신들이 복수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마침 도왕이 죽자 공족과 중신들이 반란을 일으켰다. 반란군에 쫓겨 도망칠 곳이 없어진 오기는 왕의 시체가 있는 곳으로 뛰어 들었다. 다급한 그는 왕의 시체 위에 엎어져 끌어안았다. 반란군은 오기를 향해 수십 발의 화살을 쏘았다. 화실은 왕의 시체까지 꿰뚫었다.

도왕의 장례가 끝나고 왕으로 즉위한 태자는 즉각 영윤에게 명령하여 오기를 죽이기 위해 도왕의 시체에 화살을 쏘게 한 공족과 중신들을 모조리 사형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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