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송범석 기자] 시집은 ‘그리움’을 끌어안고 있다. 표제작 ‘그 여자의 바다’의 테마 역시 ‘그리움’이다. 시인은 현재 내 곁에 실존하지 않는 그래서 너무나 그리운 누군가를 애타면서도 무덤덤한 어조로 갈망하고 있다.

<그 여자의 바다>

바다가 길을 내어 놓는다

포구를 떠나간 사내가 돌아오지 않자
바다를 통째로 마시겠다던 그녀
사내를 기다리다 썰물이 되어 나섰다

바다 끝자락까지 가면 사내가 있을 것 같아
질퍽한 갯벌의 사타구니도 마다하고
수평선 향해 내닫는다

바다만 바라보다 섬이 되고팠던 여자
그 사내에게만 치마를 벗고 싶었던 여자
덕지덕지 바위에 붙어 있는 따개비 같은 상처가
그녀 안에서 구획을 넓혔다

뚝심 좋은 사내가 미끼를 던져도
아랫입술 질끈 깨물며
애꿎은 손톱만 물어뜯던 날들이
그녀 앞에 쌓여갔다, 깻단에서 깨 쏟아지듯

섬을 떠난 그녀,
어부가 된 남자의 바다가 된다

시인은 ‘여인’의 상징체계로 ‘바다’를 활용한다. 그래서 여인은 곧 ‘바다’가 된다. 시시때때로 밀물과 썰물이 오가듯이 역동적인 여인의 마음은 한 남자에게 향한다. 그녀를 놓고 사라진 남자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고 결국 ‘여인’은 스스로 썰물이 되기도, 섬이 되기도 해본다. 상처가 깊어갈 쯤 아무리 기다려도 ‘그’는 오지 않고, 그녀는 그리움에 빠져 허우적대다 스스로 바다가 된다.

김명숙 시집 / 문학의 전당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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