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박동호 신부가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천주교단체 4032명 동참 성명 발표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천주교 수도자들이 제주 해군기지 백지화와 국가공권력의 회개를 촉구하는 시국기도회를 열었다.

지난달 3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대성당에서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와 제주평화의섬실현을위한천주교연대가 ‘제주 해군기지 백지화와 국가공권력의 회개를 위한 시국기도회’를 개최했다.

이날 시국기도회는 지난 1월 10일 제주 해군기지 반대집회 과정에서 강제 연행된 수도자, 여성, 청소년 등에 대한 국가공권력의 남용과 해군기지 사업 강행 등을 항의하고 회개를 촉구하는 자리로 열렸다. 천주교 여성 수도자, 사제, 평신도 등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미사로 진행됐다.

미사에 앞서 장상연합회 회장 윤정옥 수녀는 인사말에서 “수도자인 우리들이 신앙의 증거자로서 모든 이들과 함께 닫힌 믿음의 문을 활짝 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사 집전을 맡은 박동호(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장) 신부는 “우리 정부가 ‘방어’를 명분으로 삼고 있으나,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결국 군비 경쟁을 서로 부추기는 악순환을 이룰 뿐”이라며 “교회는 전쟁을 단죄하고 군비축소를 단호하게 명령한다. 평화는 인간들이 행동으로 실천해야 할 사회질서의 열매”라며 해군기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박 신부는 “우리가 평화를 이야기하지 않고 사랑과 정의의 열매인 평화를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은 역병을 방관하고 악의 길에 몸담는 것과 같다”며 종교계의 자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는 “탐욕에 사로잡힌 이들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공권력은 더 이상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며 “우리는 그런 공권력의 회개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 시국기도회에 참석한 천주교 여성 수도자들.ⓒ천지일보(뉴스천지)

이들은 천주교 수도자 4032명이 서명한 성명서를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며 “또 기지 건설 반대집회 과정에서 국가공권력의 부당하고 폭력적인 행사에 대한 사죄와 회개를 요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주교여자수도회와 천주교연대는 “이미 국방부가 민관복합항으로 부적합하다는 설계상 오류를 인정했다”며 “국회에서 2012년 제주 해군기지 건설 예산을 전면 삭감한 것은 더 이상 제주 해군기지 공사에 아무런 명분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해군기지 건설 중단과 강정마을에서의 모든 공권력 철수를 촉구했다.

한편 이들은 ‘제주 강정마을에서 행해진 경찰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대한 공개 질의서’를 성명서와 함께 조현오 경찰청장, 대통령, 국방부 장관 등에 내용증명으로 발송, 구체적인 답변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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