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미한국학교협의회 심용휴 총회장. ⓒ천지일보(뉴스천지)
“한글학교는 ‘한인 정체성 교육’ 위해 존재합니다”
한인 청소년 정체성 혼란 근본이유엔 한글교육 빠져
SAT2 한국어시험 인정, 미 대학서 한국어 개설돼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성조기를 보면 눈물이 안 나는데 태극기만 보면 눈물이 나요. 이건 변할 수가 없는 거죠.”

한국인의 핏줄을 갖고 태어난 이상 어느 곳에 있든지 그 뿌리는 없어지지 않는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키고 싶었던 작은 마음에서 시작된 한글학교 교장. 벌써 14년 넘게 한글학교에 몸담은 심용휴 교장은 한글학교의 연합체인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수장도 맡게 된다. 지난 2010년 선출된 심용휴 총회장은 내실을 기하면서 한국학교들의 한인 정체성 강화 교육에 신경 쓰고 있다.

“동포 2,3세들은 초·중·고 시절에는 대부분 자신이 동양인이라는 의식을 하지 못하다보니 한국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 잘 몰라요. 대학에 가서야 백인사회로 진입하기 어려운 현실을 접하면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되죠.”

심 회장은 현재 해외에 거주하는 한인 청소년 중 상당수가 한국어는 물론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한글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2.3세들이 방황하는 때는 한국어 교육시기가 늦어져 한국어를 가르치거나 배우는 입장 모두 쉽지는 않다고 당부했다.

해외 현지에서 인가받아 설립된 한국학교가 있지만 이는 현지 교육부의 지침에 따라 운영하다보니 한국어와 한국의 역사, 문화 등을 집중적으로 교육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또 미국에는 한국학교가 없다.

이에 비해 NAKS는 한글과 역사, 문화 등을 통해 한인 정체성 교육에 역점을 둔다. 1981년 설립된 NAKS는 14개 지역협의회로 구성돼 있고 산하에 1200여 개에 달하는 한글학교가 있다.

심 회장은 뿌리 교육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며 백악관 특별보좌관인 유진 강 씨를 예로 들었다. 심 회장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제도를 극찬해온 배경이 한글학교를 다닌 유진 강 조언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심 회장은 “한글학교를 나온 학생들이 청년이 돼 미국 각 분야에 퍼져 있다. 이들이 한국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겠냐”며 “동포들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한글학교의 교사양성 부분에 있어서는 그의 안타까운 마음이 드러났다. 심 회장은 “사실 한글학교 교사는 사명감 없이는 하기 어렵다”며 “봉사하고자 하는 분들을 교육해서 양성하기 때문에 정규학교 교사와 같은 위상은 없다”고 아쉬워했다.

그렇다고 이들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1년에 2번씩 집중 교사연수회를 갖고 학술대회도 여는데 이때 프로그램은 모두 유명 대학 교수들이 이끈다. 여느 전문양성교육기관의 한국어 교원양성 과정 교육과 다를 바가 없다. 심 회장은 “이 같은 교사연수 프로그램 과정이 학점으로 인정된다면 한글학교 교사들은 정식 교사로서 더 큰 자부심을 갖고 아이들을 가르칠 것”이라고 말했다.

심 회장은 지난해 NAKS 창립 30주년을 맞이했고 올해는 학술대회 30주년이 되는 해인만큼 한글학교 교사들의 염원인 한국어 교원 자격증 관련 문제를 매듭짓고 싶다고 밝혔다.

심 회장은 또 한국이 잘 돼야 그 나라 동포들도 대우받는다며 NAKS는 한국 위상을 높이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고 전했다. 심 회장은 “미국의 수능시험인 SAT1·2유형 중 SAT2 외국어 시험에서 한글학교 학생들은 1년에 한 번씩 꼭 모의고사를 본다”며 “본고사 응시율이 높지 않으면 어렵게 자리 잡은 한국어가 퇴출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SAT2시험에서 지난 1997년 한국어가 외국어시험으로 인정된 이후 현재는 스페인어와 중국어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응시율을 보이고 있다. 미국 대학의 경우, 대학 입학을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SAT 점수를 확보해야 한다. 특히 명문대의 경우는 SAT1·2 다 요구하기 때문에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이런 열정은 직장에서도 잘 드러났다. 심 회장은 지난 1980년 이스턴 미시간대로 유학해 영어교육학 석사학위를 받고 앤아버 공립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재직, 1997년부터는 앤아버 한글학교 교장까지 맡았다. 그는 5년간 이스턴 미시건대학 측을 끈질기게 설득해 결국 지난 2010년 겨울학기부터 외국어대학에 한국어를 선택과목으로 개설했다. 심 회장은 또 이 선택과목을 살리기 위해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 강의를 하고 있다.

“이곳에서도 한류가 통하나 봐요. 학생들이 K-POP(케이팝)을 알더라구요. 앞으로 한국어가 대학졸업 학점으로까지 인정받을 수 있도록 힘쓸 겁니다.”

한인 청소년들이 한글을 쓸 줄도 모르고 읽을 줄도 모르다가 일취월장하는 모습을 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는 심 회장은 언제나 그랬듯 한글학교 교육의 사명감을 놓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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