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등사 곳곳에는 작은 나무조각상이나 석상 등이 많다. ⓒ천지일보(뉴스천지)


佛문화․韓역사 숨쉬는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

“어느 계절에 방문해도
포근함ㆍ아름다움 간직”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전등사는 유구한 역사가 함께한 내공이 있는 사찰이지만, 이를 뽐내지 않는다. 그냥 묵묵히, 소리 없이 그 깊이를 품고 있다. 장식이나 조각들이 섬세하고 화려하지만, 그 화려함은 튀지 않고 자연과 어우러져 있다.

그래서인지 시원한 산사 공기를 마시며 전등사와 그 전등사를 품은 정족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한결 상쾌해지고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다.

▲ 보물 제393호로 지정된 전등사 범종은 종소리가 맑고 아름다운 종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제공: 문화재청)
◆범종, 종소리와 함께 욕심도 ‘훨훨’
이러한 특징은 전등사의 또 다른 보물, 범종에서도 나타난다. 보물 제393호로 지정된 전등사 범종은 종소리가 맑고 아름다운 종으로 알려져 있다. 1907년 중국 하남성 숭명사에서 만들어진 무쇠 종으로, 중국 종이라 우리의 전통 범종과는 차이가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소리를 내는 음통이 없고 겉에 상중하로 구획이 지어져 띠가 둘려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종 밑 부분은 파도모양을 보이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공출을 명목으로 빼앗아갔다 광복 후 부평 군기창에서 발견돼 이곳으로 옮겨와 현재까지 보존하고 있다.

범종 옆에는 ‘깨달음의 종소리’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종소리 울리면/ 번뇌는 사라지고/ 깨달음 하나둘/ 허공을 메운다/ 욕심은 벗고/ 고집을 떠나서/ 부처님 마음에 오가라/ 너와 나.’

종소리는 그냥 단순한 종소리가 아니라 ‘깨달음’의 종소리이자 ‘비움’의 종소리였다. 종소리를 직접 듣진 못했지만, 글귀를 읽고 나니 마음속에 마치 종소리가 ‘뎅’ 하고 울리는 듯했다.

종소리는 이 산을 넘어 온 세상으로 퍼져나가 사람들의 복잡한 마음도 비워지길 바라고 있는 게 아닐까.

▲ 전등사 입구에서 사찰을 향해 걸어가다 삼랑성 남문쪽을 바라보니 나뭇가지 사이로 설경이 펼쳐진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역사 속에서 나라·문화유산 지켜
전등사 입구에서 삼랑성 동문을 지나 바로 보이는 것이 양헌수 승전비다. 1866년 프랑스 함대가 조선에 개항을 요구하면서 강화도를 점령하자 양헌수 장군 등은 휘하 병력을 이끌고 전등사가 있는 정족산성에서 프랑스 함대와 맞서 싸웠다.

프랑스군은 이 전투로 전의를 상실해 물러갔고, 조정에서는 이 승전을 기리기 위해 정족산성 동문 안에 승전비를 세웠다. 전등사는 부드럽고 포근한 면 뒤에 든든하고 씩씩한 기운도 함께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 1866년 병인양요 당시 양헌수 장군 등의 승전을 기리기 위해 정족산성 동문 안에 세워진 승전비. ⓒ천지일보(뉴스천지)


또한 우리 문화유산을 보관해 온 곳이기도 하다. 대웅보전과 향로전을 지나면 위쪽으로 계단이 나 있는데 그 길 끝에 정족사고가 위치해 있다. 정족사고는 숙종 때인 1678년부터 조선왕조실록을 전등사에 보관하기도 했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돼 있는 조선왕조실록은 조선시대 왕실과 서민상이 자세히 기록된 문화유산이다.

▲ 전등사 약사전 ⓒ천지일보(뉴스천지)

전등사엔 이 외에도 지장보살을 비롯해 많은 존상들이 모셔져 있는 명부전, 법당을 관리하던 사람들이 살던 향로전, 우리의 전통 토속신앙을 불교적으로 받아들인 삼성각 등 역사적으로 중요한 유산들이 많이 있다. 한마디로 노천 역사박물관인 셈이다.

그리고 법당에 걸려 있는 형형색색의 소원등(燈), 그리고 곳곳에 쌓여 있는 돌탑 등도 전등사의 풍경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 전등사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람들이 쌓아놓은 돌탑 ⓒ천지일보(뉴스천지)


전등사 박석암 기획팀장은 “서부 수도권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찰로 꼽히는 전등사는 포근함과 아름다움, 자연과 역사, 신화와 문화가 함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이곳을 찾는 불자들이나 관광객들이 어느 계절에 오더라도 포근하고 아름답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사찰뿐 아니라 주변 환경이 아늑해 많은 사람이 전등사를 찾는다”고 전했다.

찬란한 불교문화뿐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가 서려 있는 살아 있는 역사교과서, 전등사. 추운 겨울, 꽁꽁 언 마음을 녹이고 싶다면 전등사를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 천년고찰 전등사에서는 상시 템플스테이를 운영하고 있다. 템플스테이와 사찰 풍경 등을 통해 많은 사람이 전등사에서 꽁꽁 얼었던 마음을 녹이고 간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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