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여 법만스님이 대웅전 앞에서 손으로 고뇌하는 중생을 가리키며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정중종을 만들겠다고 서원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불교 정중종 총무원장 진여 법만스님 인터뷰

한국 승려로서는 유일하게 중국 오백나한의 지위에 오른 스님이 있다. 그가 바로 ‘김화상’ 또는 ‘김선사’로 불리었던 무상(無相)스님(684~762)이다. 신라 성덕왕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그는 군남사로 출가ㆍ득도한 후 44세에 당나라로 건너가 당대의 고승이 됐다.

그는 설법보다 염불선 위주의 포교를 널리 폈으며, 높은 법력으로 당 황제와 문무조신(文武朝臣)들을 불법에 귀의하게 했으며 초기 선종의 대표적 계파인 ‘정중종(淨衆宗)’을 일으켰다. 그러나 그는 유명한 고승임에도 우리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잊혀왔었다. 그런 그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1908년 돈황문서 속에 무상스님의 게송인 ‘무상오경전’과 ‘무상어록’이 발견되면서부터다.

이에 중국과 일본 학자들은 무상스님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전개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계와 불교계의 연구는 매우 미진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해 우리나라 한 스님에 의해 무상스님의 정중종이 창종(創宗)됐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곡조에 담아 대중들이 친숙하고 기억하기 쉽도록 법문가요 앨범을 만든 진여 법만(眞如 法萬)스님이 그 주인공이다.

서울 중랑구 중화동 봉화산 자락에 자리 잡고 있는 고즈넉한 산사 ‘법만사(法萬寺)’를 찾아가 진여 법만스님에게 지난 1300여 년 동안 인몰(湮沒)됐던 무상스님의 정중종이 다시 태어난 이야기와 진여 법만스님이 중생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들어봤다.

꿈에서 친견한 무상스님
진여 법만스님은 지난 2009년 12월 동짓날 몽정일여에서 무상스님을 친견했다고 한다. 스님은 꿈에서 무상스님의 ‘무상오경전’을 수지하고 새벽녘에 대각의 기쁨을 누리며 오도송을 읊조렸다.

曉起專心絶一體 효기전심절일체
夢見如實破空寂 몽견여실파공적
願我繼創淨衆宗 원아계창정중종
五更一轉無住跡 오경일전무주적

새벽에 일어나 전심하여 일체를 끊어버리고
꿈속에서 여실하게 공적을 부수는 걸 보았네.
내 원컨대 정중종을 이어 다시 창종하노니
오경이 한번 굴러 머문 흔적조차 없네.

진여 법만스님은 꿈에서 무상스님을 만난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1년여 세월을 그냥 보냈다고 한다. 그러다가 스님은 우연한 기회에 중국 성지순례를 가게 됐고, 성도 대자사에서 무상스님을 친견하고 돌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선정에 깊이 들어 무상스님을 다시 친견하게 됐다.

그 이후로 스님은 무상스님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던 중 중국 선종사에 염불선의 일미를 널리 폈고 대단한 경지에 이르신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진여 법만스님은 인터뷰 내내 차분하고 여유 있는 모습을 잃지 않았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정중종 창종 서원 천일기도
진여 법만스님은 지난 2010년 6월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원 총동림동문회 회원들과 중국 천태산에 가서 오백나한 중에 무상스님이 속해 있는 것을 보고 또다시 놀랐다고 한다.

그래서 스님은 그해 9월 무상스님이 창종한 정중종을 한국에서 다시 창종할 것을 서원하고 천일기도에 들어갔다. 천일기도에 들어간 법만스님은 정중종 창종에 대한 대원을 세웠다.

스님은 창종에 대해 “내가 아직은 미약하고 많이 모자라지만 부처님의 말씀, 무상스님의 큰 뜻, 그리고 내가 지금까지 깨닫고 배운 것을 가지고 고뇌하고 고통 받는 중생 등을 구제하겠다는 마음으로 정중종 창종을 결심하게 됐다”라며 창종할 때의 초심을 떠올리며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중종 창종, 21C 종교 문화혁명
진여 법만스님이 창종한 정중종은 통 큰 불교를 지향한다. 정중종은 ‘지역을 넘어 동서양을 아우르고, 모든 중생을 구제하며, 모든 종교를 초월한다’라는 원을 세웠다. 또한 ‘세상의 가장 낮은 곳으로, 세상의 가장 그늘진 곳으로 중생의 고뇌하는 소리를 들으며 수행하면서 깨우쳐보자’라는 낮은 자세로 출발했다.

“부처님의 삼학(三學)을 무상선사의 시공을 초월한 삼구를 통섭하여 근본불교로 돌아가서 지역과 종교를 아우르고 자연의 도리에 합치하여 생태계를 보전하고 모든 중생이 부처의 정법을 수행해 생사초월의 길을 가고자 함이다. 비록 첫걸음이 두렵고 고난에 휩싸일지라도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간다”는 각오로 창종했다는 스님은 정중종의 창종을 21세기의 새로운 종교 문화의 혁명이라고 평가했다.

법문가요
진여 법만스님은 최근 ‘법문가요 6집’을 발표했는데 그 타이틀이 ‘부처님이 오셨네’이다. 스님은 10여 년 전 처음 법문가요 앨범을 제작해 발표했는데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기존의 불교계에서는 염불 또는 찬불가 위주로 앨범을 제작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법만스님은 발상을 전환했다. 바쁜 불자들이 쉽게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억하고 접할 수 있도록 법문가요를 만든 것이다.

종교지도자의 덕목은 양심
진여 법만스님에게 종교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이 무엇인가를 묻자 “나. 그대 님이시여, 속지도 말게나 속이지도 말게나, 참사람이라면 양심으로 살게나. 일생을 속고 살면 죽을 때 원통하고 일생을 속이고 살면 죽을 때 미안하다”라는 게송으로 대신했다. 자기 양심을 속이지 말라는 얘기다. 즉 배운 것을 가지고 남을 속이는 방편으로 사용하는 것을 경계하는 말이다.

진여 법만스님은 항상 웃음을 머금고 있다. 대중을 대할 때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함과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성난 사자처럼 호통을 치기도 한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강직하면서도 일종의 비장함을 느낄 정도로 처음, 중간, 마지막 말이 틀림이 없다. 이는 진여 법만스님이 무상스님의 정중종을 창종해 이 땅을 불국토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과 책임감의 발로일 것이다.

불교 정중종(佛敎 淨衆宗). 깨끗하고 맑은 무리의 중생들이 불국정토를 염원하는 종단. 여기에 무상선사의 법맥을 이은 진여 법만스님의 12대원과 종단 사부대중의 인성염불 소리가 끊이질 않고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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