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체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학교폭력예방을 위한 청소년 복싱교실에서 초중고생들이 복싱 기본자세를 취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학교폭력 뿌리째 뽑으려면… 생활 속 인성교육 이뤄져야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땡땡.”
아이들은 경보음이 울리면 30초간 휴식 후 2분간 또다시 복싱 기본자세에 들어갔다. 지난 20일 서울 송파구문화체육회관에서 복싱 기본기 연습을 되풀이하던 아이들의 얼굴에서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힘이 드는 눈치였지만 포기하지 않고 코치가 이끄는 대로 끝까지 자세를 잡았다.

최근 학교폭력 예방 목적으로 초·중·고등학생 사이에서 복싱 등 호신용으로 쓸 수 있는 운동의 인기가 많아졌다. 송파구문화체육회관에서도 이 같은 목적으로 방학을 맞아 청소년 복싱교실 프로그램을 추가로 개설했다.

김영도 지도 코치는 “학교폭력 사건이 논란이 되면서 학부모들의 상담 문의가 늘었다”며 “복싱은 호신술용뿐 아니라 체력단련하기에도 좋아 관심이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송파구문화체육회관에서 상설로 운영되던 복싱교실의 수강생이 50명 정도였는데 현재는 3배가량 늘었다.

이날 진도를 더 나가고 싶은지 연습시간을 훌쩍 넘긴 김동진(거원초교 6학년) 군은 “괴롭힘을 당하는 친구가 있다면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며 “재미도 있고 건강해지는 것 같아 앞으로 꾸준히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코치는 “이 같은 운동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배우는 것이다. 싸우는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니다”며 “단순히 힘을 기른다고 해서 학교폭력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당부했다. 인성교육이 밑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당국은 물론 너나 할 것 없이 교원단체나 교육계 전문가들은 이번에 학교폭력 문제를 뿌리 뽑지 않으면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하며 근본적인 대안 찾기에 나섰다. 특히 전문가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교 안에서 인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인성교육협회 양승봉 회장은 “학교폭력 사건의 해법은 인성교육”이라며 “많은 상담교사를 학교에 배치하게 되는데 상담교사부터 인성교육을 할 자격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 회장은 “사실 아이들이 일부러 상담교사를 찾아가지는 않는다”며 “상담교사가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아이들과의 교감이 생기기 때문에 저절로 상담교사와 소통이 된다”고 덧붙였다.

한국예절교육협회 안양예절원 심상숙 원장도 “1등만 하기 위한 공부를 하다 보니 이기적인 마음이 강하다”며 “우리 선조의 예절문화 속에는 상대방을 배려하고 다른 사람과 화합할 수 있는 정신이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문화를 만드는 스승과 제자 모임(GSGT)의 정미경(광남중 교사) 대표는 “확실한 처방전 중 하나는 인성교육인데 사실 인성교육의 중요성은 10~20년 전부터 나왔다”며 “하지만 학교 현장에 적용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교육당국의 결단이 필요하다”며 “교육과정 안에 실질적인 인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지난 2008년부터 청소년 비속어 금지 및 악플 달지 않기 캠페인을 벌여왔다. 지난 26일에는 100여 명의 교사와 제자들이 청소년 언어문화 개선을 주제로 한 뮤지컬, 합창, 퍼포먼스 등의 공연을 선보였다.

정 대표는 “학교폭력의 주요 원인으로 청소년 언어폭력 문제를 빼놓을 수 없다”며 “특히 교사들이 공감하고 발 벗고 나서야 파급효과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 서울이화여대 사범대학 부설 이화·금란중학교 학생들이 학교 주변에서 바른말·고운말 사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이화·금란중학교)

이와 함께 학교폭력이 학교문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보면서 학교문화를 개선해 나가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서울이화여대 사범대학 부설 이화·금란중학교는 학교문화선도학교로서 지난해 1년 동안 학생 자치 역량을 기르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지난 27일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이 학교를 방문해 교사·학생·학부모 대표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윤석희 교감은 “진로 체험 교육과 동아리, 스포츠클럽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인성교육을 강화해서 생활지도를 해왔다”며 “다양한 상담 프로그램과 인성교육 생활지도가 맞물려 학생들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지 않았나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학생회 임원 공개 선발에는 많은 학생의 지원이 있었다. 학생회장 이슬기(3학년) 군은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학생 자치활동 영역이 많아 처음엔 힘들기도 했다”며 “그렇지만 선후배 할 것 없이 진지한 대화가 오가면서 보람도 느끼고 유대관계도 돈독해졌다”고 말했다.

부회장 봉수미(3학년) 양도 “정기적으로 월 1시간씩 학생회를 하는 등 학생 자치활동을 늘리고 아이들끼리 대화로 풀다 보니 학교폭력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학급마다 자치 규약이 다르다. 머리 길이 등의 세부적인 사항은 아이들의 요구를 반영해 자율적으로 지킬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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