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희 국민대학교 체육대학 교수

2012년 임진년의 해다. 작년 한 해를 돌아보고 올 한 해를 기대와 희망의 눈으로 바라보자. 작년 한국골프는 부단한 발전을 이루었다. 최경주가 다섯 번째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하였고 LPGA에서는 최나연이 한국계 선수 통산 100승의 금자탑을 이뤘다.

올 한 해도 PGA에서 뛰는 한국계 선수가 11명으로 늘어나 더 많은 우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고, 한국 골프장 수가 468개로 늘어나 바야흐로 500개 골프장이 눈앞에 다가왔다.

2011년 말 우리를 기쁘게 한 소식이 있었는데, 한국의 무역 규모가 1조 달러를 달성해 세계에서 단 8개뿐인 ‘무역 1조 달러 클럽’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우리 국민 모두의 힘과 노력의 덕택이다.

그러나 햇빛은 그림자와 같이 오는 법. 마냥 즐겁고 기쁜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사회양극화, 중소기업의 몰락, 급격한 고령화 등의 문제를 갖고 있으며 골프에서도 이유를 모른 채 불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너도나도 골프선수가 되겠다는 수많은 주니어 선수, 몇 명의 조명 받는 선수 뒤에 숨어 인생의 패배자로 어두운 그늘을 안고 살아가는 수많은 이런저런 선수들, 소통의 부재로 회장 자리를 두고 서로 다투는 협회의 모습, 늘어나는 골프장 수만큼 늘어나는 부채의 감당을 우리는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등 걱정거리도 많다.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박세리의 사례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박세리는 한국인 100승 고지달성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선수이다. 전체 100승 중 25승을 이뤄냈고 IMF금융위기 당시 워터 해저드에 빠진 공을 맨발 투혼으로 살려내 국민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그와 같은 방법으로 우리 한국은 위기를 극복했다.

최나연이 100승을 한 대회 바로 전 대회가 한국에서 열린 하나은행 챔피언십대회이다. 박세리 또한 모든 한국선수들과 마찬가지로 100승의 업적을 남기기 위해 우승의 목마름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와 달리 박세리는 실격을 당했다. 그런데 이 실격이 다른 사람이 모르는 가운데 자진 신고한 결과라는 점이다.

17번홀(파3)에서 박세리는 실제로는 4타를 쳤지만 3타로 적인 스코어 카드에 사인을 한 채 제출했고 나중에 이 사실을 안 박세리는 자진신고를 하여 실격을 통보받았다. LPGA 투어 부사장 마이크 니콜스는 “실망스러운 결과가 됐지만 아무도 몰랐던 사실을 자진 신고한 박세리의 정직함과 진실성에 박수를 보낸다”고 말했다.

우승이라는 결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규칙과 룰, 그리고 그 속에 담겨있는 정직과 공정이라는 가치이다. 이제 우리는 가치와 의미가 있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맹목적인 성장보다는 행복을, 업적보다는 사람을, 고통을 참아내는 인내보다는 새로운 것을 발견해 내려는 즐거움으로 바꿔야 한다. 바로 이것이 골프에서 200승을 이루고 한국을 최고의 선진국대열에 이르게 하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가끔 TV에서 동물의 세계를 보여주는 다큐멘터리를 보면 동물과 인간의 삶이 뭐가 다른지 궁금할 때가 있다. 동물이 먹잇감을 찾아 코를 킁킁거리며 이리저리 다니는 모습과 돈을 찾아내기 위해 모든 촉각을 세워 고분군투하는 우리의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인간이 동물보다 욕심을 더 많이 갖는 점이 부각될 때는 같은 인간으로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인간은 동물이 해내지 못하는 여러 가지 가치들이 있다.

우리에게 골프스코어나 우승만큼 중요한 것은 골프를 통한 가치의 배움이다. 사랑, 희생, 배려, 존중, 신용, 정직, 공정, 공감, 소통, 존중 등 너무나도 많다. 바로 이런 것이 상생하는 골프, 선진국의 골프, 골프멘탈의 최고봉을 만들 수 있다. 올 한 해를 새롭게 맞이하는 지금, 작년보다 나은 내 자신, 작년보다 나은 한국이 되도록 마음가짐을 새롭게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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