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등사 대웅보전 네 모서리 기둥에는 처마를 떠받들고 있는 ‘나부상’들이 있다. 이 나부상에는 도편수의 사랑에 얽힌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천지일보(뉴스천지)

사랑 배반하고 떠난 도편수의 연인 상징
수백 년간 처마 떠받드는 벌 서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전등사에는 재밌는 전설들이 전해 내려오는데 그중 하나가 대웅보전 처마 밑에 있는 ‘나부상’에 얽힌 전설이다.

◆도편수의 사랑과 ‘나부상’
대웅보전 네 모서리 기둥을 올려다보면 독특한 조각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처마를 떠받들고 있는 ‘나부상’인데, 이에 얽힌 재밌는 전설이 전해진다.

17세기 말, 대웅보전 건축을 지휘하던 도편수는 공사 도중 한 주막의 주모와 사랑에 빠졌다. 도편수는 돈이 생길 때마다 주모에게 돈을 주었고, 두 사람은 대웅보전 불사가 마무리되면 살림을 차리기로 약속했다.

그런데 불사가 마무리될 무렵 도편수가 주막으로 찾아가보니 주모는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이에 도편수는 배신감과 분노를 느껴 그 주모를 생각하면서 대웅보전 네 군데 처마 밑에 추녀는 떠받들고 있는 벌거벗은 여인상을 만들었다. 나쁜 짓을 경고하고 죄를 씻게 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위엄과 기품, 오랜 역사를 간직한 대웅보전에서 이 같은 설화가 얽힌 나부상을 마주하니 사찰을 둘러보는 재미가 더욱 풍성해진다.

‘나부상’에 얽힌 전설은 그리스 신화 속 ‘두 어깨로 하늘을 떠받들어야 했던 아틀라스(Atlas)’, 죄를 짓고 벌거벗은 것을 알게 됐다는 ‘아담’과 ‘하와’를 떠올리게 했다.

한 남자를 배반한 벌로 몇백 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무거운 처마를 떠받들어야 했다는 나부상에서, 죄로 인해 오랜 시간 ‘사망’을 지고 살아온 인류의 모습이 생각났다.

나부상은 각 모퉁이에, 총 4개가 있는데 이들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두 손 모두를 올린 조각이 있는가 하면 어떤 것은 왼손, 어떤 것은 오른손으로 처마를 떠받들고 있으며 표정들도 기쁨, 분노 등 다양하다. 마치 우리네 삶이 작은 조형물에 모두 녹아 있다.

▲ 대웅보전 내부에는 인천유형문화재 제42호로 지정된 목조삼존불상이 모셔져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화려하고 섬세한 조각·탱화
대웅보전 내부에는 인천유형문화재 제42호로 지정된 목조삼존불상이 모셔져 있다. 가운데 놓인 석가모니불은 매우 큰 귀를 하고 있으며 삼존불 모두 뛰어난 균형감과 조각 솜씨를 자랑한다.

그 위로 보이는 닫집(법당 안 탁자 위를 덮도록 만든 집의 모형)은 매우 정교하고 아름답다. 닫집 천장엔 섬세하게 조각된 극락조가 날고 있고, 여의주를 문 용들도 생동감 있게 몸짓하고 있다.

천장은 용, 물고기, 연꽃, 극락조 등 다양하고 화려한 장식들이 가득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전등사 대웅보전 천장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대웅보전에서 옆으로 가면 약사전이 보인다. 대웅보전과 비슷한 양식으로 지어진 약사전 역시 보물 제179호로 지정돼 있다. 정면 3칸, 측면 3칸 건물 내부에는 약사여래불이 모셔져 있는데 이 약사여래불은 고려 말이나 조선 초에 석조로 조성됐다고 전해지며 현재는 금박으로 개금돼 있다.

불상 뒤로는 약사전 후불탱이 걸려 있는데 탱화 중앙에는 긴 불단 위에 약사여래와 일광보살·월광보살의 약사삼존불이 그려져 있다. 약사여래는 왼손에 금빛 약함을 들고 있으며, 일광보살과 월광보살은 붉은 원과 흰 원을 각각 쓰고 있는데 이는 해와 달을 상징한다.

그 옆으로는 인천유형문화재 제43호로 지정된 현왕탱이 걸려 있다. 가운데 커다란 현왕이 그려져 있고 이를 중심으로 판관·녹사·동자 등 여러 명이 둥글게 배치돼 있다. 이 탱화는 사람이 죽은 지 사흘 만에 심판한다는 현왕과 그 권속을 묘사했다.

천장은 우물천장을 중심으로 주위는 빗천장으로 만들어졌으며 돌아가면서 화려한 연화당초문이 그려져 있다.

▲ 정면 3칸, 측면 3칸 건물의 약사전에는 약사여래불이 모셔져 있는데 이 약사여래불은 고려 말이나 조선 초에 석조로 조성됐다고 전해지며 현재는 금박으로 개금돼 있다. 불상 뒤로 약사전 후불탱이 걸려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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