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 기자회의 제작거부 첫날인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MBC본사에서 기자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
김재철 사장 취임 이전부터 공정성 논란 시달려
‘PD수첩’ 등 시사프로그램 심의 지적 많이 받아


[천지일보=이솜 기자] ‘공영방송’ MBC 내부의 진통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조롱받는 뉴스는 못 참겠다”며 자사 뉴스의 불공정 편파 보도를 비판하고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MBC 기자들의 제작거부가 총파업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기자회 측은 “현 정부 초기까지만 해도 MBC 뉴스가 이렇게까지 망가지지 않았다”며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지속적으로 훼손된 MBC 뉴스의 공정성 회복과 보도 부문의 인사쇄신을 위해 제작 거부까지 결의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언론 관련 학과 교수 1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며 여론몰이에 나서기도 했다. 지난 25일 발표된 조사결과에 따르면 김재철 사장 체제의 현재 MBC 보도가 공정성 면에서 이전보다 못해졌다는 평가는 63%였다. MBC 보도의 신뢰성에 대해서는 68%가 이전보다 나빠졌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김 사장 취임 이전부터 MBC의 편파적 방송이 전파를 탔으며 김 사장의 취임 후에는 방향이 반대로 바뀌었을 뿐 기존 현상이 이어진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즉, 공정하고 진정성 있는 뉴스를 내보내기 위해서는 최근 1년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논란이 된 MBC 내부의 편향 방송 문제를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 자료제공: 방송통신심의위 시사-보도프로 MBC 조치(2008년~2012년)
윤용 부정부패추방시민연합회 상임대표는 “정권이 백 번 바뀌고 사장이 천 번 바뀌어도 이들의 편향적 방송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며 “‘PD수첩’ 때부터 한쪽 말만 듣고 사실을 왜곡, 부풀리는 MBC의 보도 때문에 피해자들은 아직도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MBC에 상처받은 시청자들은 기자들의 제작 거부에도 별로 환영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들이 공영방송이라고 하는데 진정 공영방송이 무엇인지, 김 사장 전에도 공정성 있는 보도를 하고 있었는지 돌아봤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윤 추구가 아닌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는 것이 공영방송”이라며 “MBC가 공영방송의 자격을 박탈당한 것은 꽤 오래전 일이다. 과거의 행위를 반성하고 다시 돌아오겠다는 기자들이 ‘공영방송’의 의미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실제 김 사장 취임 이전부터 ‘PD수첩’ 광우병 보도로 MBC의 공정성 논란이 촉발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지난 2009년 ‘동아일보’가 2008~2009년 지상파 3사 TV 심의를 분석한 결과, 심의 지적을 가장 많이 받은 방송사는 MBC(51건)로 나타났다. 또 심의 지적을 받은 것 중 ‘PD수첩’과 같은 시사 프로그램이 대상이 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한편 기자들의 제작거부와 관련, 사측은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MBC 홍보팀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원칙대로 진행한다는 것 외에는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측의 강수에도 기자들이 대거 제작 거부에 들어가면서, MBC 간판 뉴스 ‘뉴스데스크’가 기존 50분에서 15분만 방송되는 등 전체 방송 편성에 차질을 빚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27일 노조의 총파업안이 가결됨에 따라 앞으로 MBC 방송은 파행 운영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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