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윤 소설가

위나라 장군 오기는 문후가 죽고 그의 아들 무후에게도 신임을 얻어 승승장구했다. 그 즈음 젊은 무후는 새 재상에 전문(田文)을 임명했다. 그 소식을 들은 오기는 마음이 불편했다. 그는 기회를 보아 전문에게 당신과 나 두 사람 중에 어느 쪽이 공이 더 많은가 한번 비교를 해 보자고 제안을 했다.

전문이 좋다고 하자 오기는 “장군으로서 병사들이 기쁘게 죽을 만큼 사기를 높였고, 적국이 넘볼 틈을 없앤 공은 어느 쪽이 더 많습니까?” 하고 물었다. “그것은 당신입니다.” 전문의 대답이었다. “그러면 조정 백관들을 통솔하고 백성들과 친해지고 국고를 풍부하게 한 점은 어떻습니까?” “당신이 낫습니다.” “서하를 지키고 진나라가 동쪽으로 진출하려는 것을 단념케 하고, 한나라와 조나라를 복종시킨 점은?” “그것도 당신의 공입니다.” “이상 세 가지 모두 내가 우위에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이 우위에 있는 것은 무엇 때문입니까?”

그러자 전문이 반문했다. “우리 군주는 아직 젊고 나라 안은 안정되지 않았습니다. 중신들은 왕에게 제대로 복종하지 않으며 관리들의 신임도 확립되지 않았습니다. 백성과 백관들을 통솔하는 것은 힘이 아니라 순리와 지혜입니다. 이와 같은 때에 당신과 나와 어느 쪽이 재상의 적임자입니까?” 오기는 잠시 생각하더니 곧 “당신이 적임자입니다.” 하며 한 발 물러나 사과하고 예를 표했다.

그는 자신의 경솔함을 솔직하게 시인할 줄도 아는 인물이었다.

얼마 뒤 전문이 죽고 공숙이 재상이 되었다. 공숙은 위나라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고 위세를 떨쳤다. 그는 권력은 쥐었으나 오기가 눈엣가시처럼 거슬렸다. 그의 심중을 꿰뚫은 가신 하나가 건의를 했다. “오기를 물러나게 할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그 말에 공숙은 귀를 세우며 바싹 다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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