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① 화장장에 문화공간을 접목해 만든 새로운 형태의 ‘서울추모공원’은 서울 원지동에 건립됐다. (제공: 서울시) ② ‘서울추모공원’ 갤러리에 전시된 미술작품을 관람객이 살펴보고 있다. ③ 화장 후 처리방법으로 수목장 등 자연장지의 선호가 높아지고 있다. ④ 서울추모공원 내 하늘연못에 설치된 조형 작품이다. (제공: 서울시)

 

“혐오시설 인식 깨기 위해 예술 콘텐츠 도입해”

[천지일보=박수란 기자] 지난해 12월 서울 원지동에 문화공간을 접목한 화장시설인 ‘서울추모공원’이 건립됐다. 서울시는 수차례에 걸친 법정 분쟁과 주민 투표, 대화 등의 과정을 거친 끝에 14년 만에 서울추모공원을 완공했다.

추모공원은 국내 최초의 도심 화장시설이다. 그간 수도권의 화장률은 높았지만 늘 화장시설 부족현상을 빚어왔다. 서울의 경우도 화장시설을 갖추지 못해 추모공원이 생기기 이전까지는 고양시에 있는 화장장을 이용해야 했다. 이로 인해 고양시의 화장장은 1일 최대 110구까지 처리하면서 사실상 과부하 상태로 운영돼 왔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해 들어선 서울추모공원은 한 달간의 점검기간을 거친 후 지난 16일 시민에게 개방됐다. 청계산 자락 3만 7천여m² 부지에 한 송이 꽃을 바치는 모습으로 형상화해 ‘헌화’의 의미를 담았다. 건물 지붕은 3장의 꽃잎으로 표현했다.

특히 혐오시설이라는 인식을 깨고 화장시설을 문화공간으로 만들고자 공원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켰다는 것이 공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줄기와 이파리를 형상화해 물길과 산책로·쉼터·수목공간으로 공원을 조성했다.
화장시설 이외에도 갤러리와 시민공원도 함께 조성해 이곳에서는 전시회·연주회 등을 열 수 있도록 했다.

추모공원 관계자는 “유족들과 추모객들의 심신을 위무할 공간으로 꾸며졌고 예술 콘텐츠를 요소에 도입했다”며 “한마디로 ‘문화가 흐르는 추모공원’이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화장장은 입장부터 퇴장까지 화장절차가 원스톱으로 진행되는 동선으로 설계됐다. 영구차가 현관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봉송, 고별의식, 화장, 수골까지 하늘연못(중정)을 중심으로 완전히 한 바퀴 도는 동안 모든 화장절차가 마무리된다.

퇴장동선의 마지막 공간에는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가 마련됐다. 이는 유족들뿐만 아니라 일반시민에게도 개방된다.

갤러리에는 서울시립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그림 작품 중 엄선된 15점이 전시됐다. 추모공원 하늘연못을 비롯해 화장장 건축물의 내·외부 곳곳에는 국내 작가들이 제작한 13점의 조각 작품과 3점의 회화그림이 고정적으로 전시돼 있다. 특히 화장시설의 특성상 외부에서 인지하지 않았으면 하는 지역 주민의 요구에 따라 추모공원의 건물 전체를 지하화해 외부에서 보면 공원의 일부로만 인식되도록 건립됐다.

서울추모공원은 화장로 11기를 갖춰 하루 최대 65구의 화장 처리가 가능하다. 화장로는 재연소로를 주연소로의 아래에 배치한 ‘향류연소방식’이다. 추모공원 관계자는 “이 ‘항류형 화장로’는 연소물질을 위에서 아래로 이동시키며 4번 연소함으로써 극미량의 매연가스도 발생시키지 않는다”며 “완전연소, 무연무취를 실현한 최첨단 화장로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 (제공: 보건복지부)

◆10년간 화장률 2배 증가 33.7→67.5%
예전과는 달리 설을 맞아 가족·친지들과 함께 성묘를 하러 납골당에 가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장례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뀌면서 상당수가 설날을 전후로 납골당을 찾게 된 것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0년도 전국 화장률’은 67.5%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인 2000년도 화장률 33.7%에 비해 2배나 증가한 수치다. 장례문화가 변하고 있는 것이다.

화장시설이 부족한 수도권 지역의 경우 화장률은 75.5%, 비수도권은 62.1%로 수도권 화장률이 비수도권에 비해 13.4%p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8개소 화장시설이 올해 말 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국의 화장시설은 2011년 9월 기준으로 51개소다.

정부에서도 묘지 증가에 따른 국토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2008년 ‘장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화장이나 봉안 및 자연장 시책을 시행하도록 규정했다.

한편 화장률이 높아진 데에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화장을 권장하는 것 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있다. 보건복지부 노인지원과 고덕기 사무관은 “가족구성원이 핵가족화하다 보니 묘지관리가 어렵게 됐다”며 “묘지공간도 제한되어 있고 아무래도 화장이 간편하다 보니 젊은 사람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화장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는데 반해, 지금은 보편화해 있는 것도 또 다른 원인이다.

고 사무관은 “젊은 층은 그렇다 하더라도 요즘은 어르신들도 화장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면서 “정부와 시민단체 등에서 화장 관련 인식개선, 장사문화 교육, 동영상 홍보 등을 실시한 결과인 것 같다”고 말했다.

◆화장 후 잔디장·수목장 등 자연장지 떠올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을 기준으로 화장 후 희망유골안치장소로 자연장 39.9%, 봉안시설 32.7%, 산골 27.3% 등이 꼽혔다.

자연장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수목·화초·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것을 말한다. 자연친화적 장사 방식인 자연장은 환경을 보전할 뿐만 아니라 공원화가 가능해 선진국에서는 보편화한 방식이다.

이에 정부도 지난 2008년 ‘장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묘지 증가에 따른 국토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화장이나 봉안 및 자연장 시책을 시행하도록 규정함에 따라 전국적으로 자연장지가 들어서기 시작했다. 전국에 자연장지(2010년 기준)는 227개가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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