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하고 알찬 코스… 역사와 문화 숨 쉬는 곳

▲ 외암민속마을 설경. (아산 시청 제공)

충남지역에서 겨울철에 유일하게 운영되는 시티투어가 아산시 ‘온양온천 시티투어’다. 이 동절기 코스는 지난해 11월 1일 시작해서 올 3월 31일까지 운행한다.

이때 운영되는 5가지 코스는 왕실온천 코스, 레저온천 코스, 보양온천 코스, 산업관광 코스, 역사문화 코스이며 아침 10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전담 가이드가 안내하는 테마형으로 진행된다.

그중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이 아산 외암 민속마을과 온양민속박물관, 현충사, 공세리성당 등 역사문화유적이며 봉곡사와 세계꽃식물원, 온양온천, 도고온천, 아산온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버스 탑승료는 4000원. 시티투어 이용객은 50%, 사립관광시설은 1000원에서 2000원씩 입장료가 할인된다. 식비까지 1만 5000원에서 2만 원 정도의 저렴한 가격으로 아산시의 명소를 즐길 수 있다.

◆온양민속박물관에서 배워보는 ‘우리 민속 이야기’

▲ 온양민속박물관 야외전시장. (온양민속박물관 제공)

시티투어 코스 중 인상적인 것 가운데 하나가 온양민속박물관 관람이다.

온양민속박물관 실내 전시물은 주제별로 한국인의 일생, 의식주 생활, 생업, 공예, 신앙과 점복, 놀이와 예술, 학술과 제도에 대한 것이다. 야외 전시로는 청동기 시대 제단 고인돌과 18세기 양석(羊石), 19세기 연자매(맷돌), 조선 시대 석인상 무리와 돌 호랑이(虎石) 등이 있다.

“우리 전통 민속은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 단순한 회고 취향의 대상이 아닙니다. 민속은 민족 정서의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어 우리가 언제든 회귀하게 되는 문화의 원천이고 우리 삶의 틀이자 마르지 않는 지식의 샘이기도 합니다.”

(재)구정문화재단 조문현 이사장은 이같이 말하며 “우리 민속에 대한 체험은 오늘과 비교해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새로운 가치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충남 민속자료 제28호, 갑주(甲冑) (온양민속박물관 제공)
김은경 온양민속박물관장은 “2010년 충청남도에서 6건의 문화재 지정을 받게 됐는데 갑주(甲冑)와 갑주함(甲冑函), 사당형 감실(龕室), 거북 흉배(胸背) 3건이 충남 민속자료로 지정됐고, 천수 원명 금고, 금고, 용문 촛대 3건이 유형문화재로 지정됐다”고 전했다.

김세은 학예사의 설명에 따르면 갑주(甲冑)와 갑주함(甲冑函)은 왕실 갑옷의 온존한 사례다. 거북 흉배는 흥선대원군이 착용했던 것으로 금실로 짰다.

장인이 솜씨를 발휘해 만든 투구는 화염문, 만자문, 여의주 등 장식으로 착용자의 위엄과 권위를 보여주고 있다.

어리석은 중생 구제의 영원한 울림소리가 들리는 듯하다는 천수 원명 금고도 있다.

▲ 사당형 감실(龕室). (온양민속박물관 제공)
또 김 학예사는 감실에 대해 “조상을 기리는 아름다운 효, 내림마루와 추녀마루의 입체적인 미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물관에는 많은 농기구가 보인다. 류용환(민속학 전공) 학예사는 “이 많은 농기구를 자세히 보면 한 알의 알곡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련과 농부의 인내가 필요한지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논에서 벼를 베면 노적가리로 만들어 두었다가 잘 말라 벼가 떨어질 만할 때 타작을 하는데 볏단을 적당히 갈라 새끼줄로 조여 잡고 개상, 탯돌 등에 대고 태질을 합니다. 이 바윗돌에 볏단을 대고 마구 내려치면 알곡이 떨어지는 것이죠. 개상은 걸상(공원 벤치 모양)과 비슷한 모양으로 나무로 만든 것입니다.”
그는 극쟁이, 겨리 쟁기, 인걸이, 따비, 남태, 호미 등 농기구의 쓰임새를 자세히 안내해줬다.

◆신탁근 고문의 온양민속박물관에 얽힌 사연
▲ 온양민속박물관 신탁근 고문.
초창기 설립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던 신탁근 고문은 온양민속박물관과 얽힌 사연이 많다. 그는 “더듬어 보면 조상의 손때 묻은 기층문화 계층의 물질문화는 그들의 지혜와 얼이 담겨 있다. 이는 미래를 보여주는 거울이다”고 말했다.

70년대에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급격히 변화해 ‘새것이 좋은 것’이라며 조상의 손때 묻은 것들이 관심 없이 버려질 때였다.

당시 그는 우리의 문화적 뿌리를 찾아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전국 농어촌, 산간 등 방방곡곡을 누비며 현장조사를 하면서 우리의 삶과 밀착된 민속품을 수집했다. 그 시절 유물을 수집하러 농어촌을 답사하면 많은 사람으로부터 오해를 받곤 했다.

해안에서 어구(고기잡이 도구)를 수집하려고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으면 종종 지역 사람들에게 간첩으로 오인을 받았다. 당시 파출소에 붙들려가 조사받은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남루한 모습에 남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은 물건인 어구, 호미, 낫, 따비 등의 민속도구를 모으고 있었으니 오해를 받을 소지가 충분했다.

그는 또 정성껏 하나하나 모은 민속놀이기구를 소개하며 “글로벌 시대 우리 민속놀이는 온양민속박물관의 차원이 아니라 범국민적인 차원에서 홍보돼야 할 것”이라며 “기계로 하는 놀이에 길든 우리 아이들에게 정서의 안정을 주는, 우리 고유의 놀이문화를 알리고 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양민속박물관에 소장된 놀이기구로는 주령구(酒鈴具), 승경도, 세계유람도, 쌍육, 투호 등이 있다.

◆외암마을 거쳐 온양온천과 현충사로
이 외에도 아산 시티투어 가운데 가장 유명한 ‘외암리 민속마을(국가지정 중요민속자료 제236호)’은 아산시 송악면 설화산 밑에 있다. 마을 입구로 들어서니 나지막한 초가집과 소박한 시골 풍경에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묻어 있다.

“약 500년 전에 이 마을에 정착한 예안 이씨 일가가 지금까지 주류를 이루어 살고 있습니다.” 귓가에 들려오는 가이드의 설명보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옛 모습을 간직한 초가집의 이끼 낀 돌담이다.

돌담 너머로 집집마다 뜰 안에 심어 놓은 과일나무가 보인다. 조선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디딜방아, 연자방아, 물레방아 등 많은 민속 유물도 볼 수 있었다. 최근엔 이곳에서 공세리성당 못지않게 사극이나 영화 촬영이 자주 있어 더 관심을 모은다.

▲ 온양온천 노천탕. (아산시청 제공)

겨울철 볼거리와 맛난 먹을거리를 즐기고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그면 더 이상 좋은 여행지는 없을 것 같다. 온천 지역 최대의 명소로 꼽히는 온양온천은 지질이 단상 흑운모, 화강암 등으로 돼 있고 온천수의 수온이 58℃ 내외로 고온온천이다. 온천수의 수질은 약알카리성으로 수량이 풍부하고 숙박시설과 상가, 음식점 등 주변시설이 잘 발달해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

온양온천에서 4㎞ 떨어진 현충사로 들어가니 가이드가 “이곳은 아산시 염치읍 방화산 기슭에 있는 이순신 장군의 사당이다. 충무공이 성장해 무과급제할 때까지 살던 곳”이라고 설명한다. 이충무공이 1598년 노량해전에서 순국한 지 108년이 지난 숙종 32년(1706)에 충무공의 얼을 기리기 위해 이곳에 사당을 세웠고 1707년 숙종이 친히 현충사란 이름을 내렸다.

경내에는 충무공이 살던 옛집, 활터, 정려 등이 보였다. 또 본전 내에는 이순신 장군의 영정이 모셔져 있고 유물관에는 일생기록인 십경도와 난중일기(국보 76호), 장검(보물 326호) 등이 충무공의 삶과 정신을 더듬어 보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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