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승연 기자] 호텔신라의 베이커리 사업 철수 발표에 이어 LG도 급식업체인 아워홈의 일부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하는 등 대기업의 골목상권 사업의 철수가 이어지고 있다. 대기업의 진출로 동네 소상공인들이 고사위기에 처했다는 비난 여론이 이는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나머지 대기업의 2‧3세 자녀들이 운영하는 사업체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호텔신라는 서울 청계광장, 타워팰리스 등 전국 27곳에서 운영하던 고급형 베이커리 ‘아티제’ 사업에서 손을 뗀다고 26일 밝혔다. 아티제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가 운영하던 곳으로 ‘대기업 자녀들의 골목상권 점령’이 언론과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을 때 가장 많은 질타를 받은 곳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부터 법률 검토를 벌여온 호텔신라는 26일 오전 서울 장충동 호텔신라에서 열린 경영위원회를 통해 최종 ‘아티제 사업 철수’ 결정을 내렸다. 이부진 대표와 고위 임원 4명 등이 참여한 이날 회의에서 이 대표는 “상생경영에 어긋나는 사업을 과감히 철수하자”고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티제는 호텔신라가 2004년 선보인 토종 커피‧베이커리 브랜드로 외식업체 보나비(호텔신라 100% 지분 보유)가 운영하고 있다. 아티제의 지난해 매출은 약 241억 원으로 호텔신라 전체 매출인 1조 7000억 원의 1.4%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아울러 이날 회의에서는 홈플러스와 함께 운영 중인 아티제 블랑제리의 지분(홈플러스 81%, 호텔신라 19%) 전량 매각 방침도 정했다. 또한 보나비가 운영 중이던 레스토랑 ‘탑 클라우드’ 사업에서도 손을 떼기로 했다.

LG그룹도 식품업체 아워홈의 순대‧청국장 일반 소비자(B2C) 시장에서 발을 빼기로 했다. 지난해 동반성장위원회로부터 이 사업 분야에 대해 확장 자제 권고를 받은 아워홈은 이후 사업 방향을 검토하다 결국 손을 떼기로 한 것이다. 단 자체 급식사업에 필요한 물량은 계속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아워홈은 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3남인 구자학 회장의 일가가 이끌고 있는 사업체로 지난해 B2C 매출은 각각 청국장 5000만 원, 순대 1억 원을 기록했다.

LG와 호텔신라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다른 대기업들도 대기업 2‧3세들이 운영하는 사업을 철수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호텔신라와 같이 베이커리를 운영 중인 롯데와 신세계는 호텔신라의 결정에 난감하다는 분위기다. 자사가 운영하는 베이커리는 그룹의 백화점에만 입점해있어 골목 상권의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손녀 장윤선 블리스 대표가 운영 중인 베이커리 전문점 ‘포숑’은 현재 서울 소공동에 있는 롯데백화점 본점을 비롯해 총 7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자녀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이 운영하는 베이커리 전문점 ‘달로와유’는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포함한 10곳에 입점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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