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등사는 현존하는 한국 최고(最古)사찰로 많은 보물을 간직한 문화유산의 보고이다. ⓒ천지일보(뉴스천지)

많은 보물·유물 간직한 한국 문화유산의 ‘보고’
멋진 풍경·고즈넉한 산사…
템플스테이 운영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하얀 눈이 두텁게 쌓인 강화도 정족산은 멋진 설경을 선사했다. 그리고 정족산이 품은 전등사는 지치고 무거운 마음을 잠시 내려놓아도 좋다고 이야기하는 듯했다.

◆세상에 등(燈) 비추는 ‘전등사’
‘한국 역사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강화도. 그만큼 파란만장한 우리네 역사와 함께했기 때문에 강화도엔 유서 깊은 사찰, 유물, 유적들이 많이 있다.

그중 전등사(창건 381년)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사찰로 강화도의 대표적 문화유산으로 꼽히는 곳이다. 실제 많은 보물들과 유물들이 있는 보고(寶庫)이기도 하지만, 사찰을 찾는 현대인들에게 ‘여유’ ‘깨달음’ 등의 보물을 나눠주는 보고이기도 하다.

‘전등(傳燈)’은 ‘등불을 전한다’는 의미인데 ‘등(燈)’은 부처의 불법(佛法)을 뜻한다. 곧 불법을 세상에 전하는 사찰이란 의미다.

전등사를 한 바퀴 둘러보고 나면 그 이름처럼 부처의 뜻이, 그리고 그 뜻을 이루려는 불자들의 마음이 곳곳에 숨어있음을 알 수 있다. 대웅보전, 약사전을 비롯한 전등사 건축물들에는 주련(기둥이나 벽에 세로로 써서 붙이는 글씨)이 적혀 있고, 이에 대한 풀이도 작게 기록돼 있어 하나하나 살펴보며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또한 사찰에서 운영하는 템플스테이 등을 통해 현대인들이 저마다의 깨달음을 얻어가기도 하는 걸 보면 그 이름이 제법 어울리는 듯하다.

▲ 입구에 들어서면 단군의 세 아들이 쌓았다고 전해지는 삼랑성의 동문이 보인다. 당시에는 토성으로 지어졌고 이후 삼국시대에 석성을 쌓아 올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고요한 산길을 따라 입구에 도착하니 가장 먼저 아치형의 동굴처럼 생긴 문이 방문객들을 반긴다. 바로 ‘삼랑성’ 동문인데, 삼랑성은 단군이 세 아들을 시켜 쌓은 토성(土城)이라는 기록이 ‘고려사’에 남아 있다. 이후 삼국시대 때 석성(石城)을 쌓아올리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삼랑성은 산 능선을 따라 약 2300m 길이의 성벽이 전등사를 감싸고 있어 마치 전등사를 품에 안고 지켜주는 듯했다.

문을 통과하면 본격적으로 전등사로 향하는 길이 펼쳐진다. 겨울이라 앙상한 나뭇가지들만 남았지만, 눈과 함께 어우러져 빚어내는 풍경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 내부에 불경을 넣어두고 축을 달아 만든 것으로 불교에선 이 축을 돌리면 경전을 읽은 것과 같은 공덕이 쌓인다고 믿는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축 돌리면 공덕 쌓인다는 ‘윤장대’
산길을 따라 걸음을 내딛다보면 ‘궤’처럼 생긴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이는 ‘윤장대’로 내부에 불경을 넣어두고 축을 달아 만든 것이다.

불교에선 이 축을 돌리면 경전을 읽은 것과 같은 공덕이 있다고 믿는데, 기자가 갔을 땐 고장이 나 돌려보진 못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공덕을 쌓으려는 불교인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조형물이다.

이 윤장대에는 부처님 말씀이 온 세상에 퍼지길 바라는 의미와 우리나라의 지세를 고르게 해달라는 염원이 담겨 있다고 한다.

이윽고 전등사 대조루를 통과해 대웅보전 앞에 도착했다.

보물 제178호로 지정된 대웅보전은 생각보다 규모가 아담했지만 꾸미고 있는 장식들과 문양들은 매우 정교하고 화려했다. 당시에 이처럼 섬세한 건축이 이뤄졌다는 사실이 감탄을 자아낸다.

조선 중기 건축물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는 대웅보전은 정면 3칸, 측면 3칸 건물로 공포(지붕 처마를 받치는 장식 구조)가 기둥 위뿐 아니라 기둥 사이에도 있는 다포양식으로 지어졌다. 조선 광해군 때 화재로 인해 전등사 건물이 모두 소실되는 바람에 대웅전도 1621년 재건됐다.

색이 많이 바래고 낡았지만, 오히려 자연스러워 정겹다. 그리고 그 시간만큼이나 깊이가 느껴졌다.

▲ 전등사 대조루. 가는 길에 형형색색의 등이 걸려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전등사 대웅보전은 조선 중기 건축물 가운데 으뜸으로 꼽히며 정면 3칸, 측면 3칸 건물, 다포양식으로 지어졌다. ⓒ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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