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미묘한 상황반영 관측..교착 장기화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5일 연두교서에서 북핵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이 정체된 북핵 6자회담 재개 흐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외교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외교가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북핵 무(無)언급이 6자 회담 재개 흐름에 나쁘지는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 핵 문제를 언급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발언하지 않은 것 자체가 북한에 보내는 무언(無言)의 대화 재개 촉구 메시지라는 분석에서다.

이는 "6자 회담 재개의 길은 열려 있다"고 밝힌 한미일 워싱턴 3자 협의(17∼18일)나 "북미 관계의 새 장(章)을 열 준비가 돼 있다"고 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차관보의 발언(20일)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메시지라는 것이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핵 문제를 이란 핵 문제와 동급으로 취급하지 않은 것은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면서 "이는 그동안 계속됐던 대화의 틀이 이어지길 바란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무언의 메시지도 대화 재개에는 직접적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 분석이다.

김정일 위원장 사후 식량지원 문제를 둘러싼 북미간 기싸움 구도도 변한 것이 없고, 특히 김정은 체제 안착을 위한 북한 내부의 복잡 미묘한 사정도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한 외교소식통은 "현재는 북미가 서로에게 대화 재개의 책임을 넘기는 모습"이라면서 "대화 재개의 모멘텀이 안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부 일각에는 오바마 대통령의 무언이 현재의 북핵 6자회담이 처한 상황을 웅변한다는 해석도 있다. 대외적 변수에 더해 김정은 체제를 출범시킨 북한의 내부 문제까지 얽혀 있어 현 시점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무슨 말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미측이 현재는 좋든 나쁘든 북한에 아무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고 판단을 한 것 같다"면서 "6자 회담 재개 흐름이 대화 국면에서 다시 탐색기로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이 대북 영양지원(쌀 등 알곡 제외)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조정하거나 북한이 북미 관계 개선에 적극적인 자세로 나오지 않는 한 6자회담 재개 문제가 상당히 교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음달말과 3월에는 북한이 외부 위협으로 판단할 수 있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등이, 4월에는 북한 내부적으로 중요한 김 주석 100회 생일(15일)이 각각 예정됐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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