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서울 혜화경찰서에서 열린 ‘청소년 학교폭력 예방 교실’에서 참가학생들이 경찰관의 도움을 받으며 호신술을 실습하고 있다. (연합)

실질적인 대안책 필요
왕따 역할극 체험도 도움

[천지일보=김예슬 기자] ‘학교폭력 가해 사실 생활기록부에 기록’ ‘가해자 대상 대안학교 설립’ ‘전국 경찰서에 전담 경찰관 배치’.

학교 폭력이나 집단 따돌림을 근절하기 위해 최근 많은 대책이 쏟아지고 있지만 네티즌들과 학생들 사이에서는 근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학생인 만큼 이들의 심리와 입장을 고려한 실질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트위터리안 “심하다” VS “약하다”

트위터 일부 이용자들은 현 대책에 학생들의 심리가 반영되지 않았다며 우려 섞인 목소리를 냈다.

아이디 @ke******는 “중요한 것은 가해자를 처벌하는 게 아니고 (가해자를) 만들지 않는 것”이라면서 “어른들의 틀에 박힌 시선으로 그 아이들을(가해자를) 폭력범이나 문제아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트위터 이용자 @mo*****는 “청소년 생활지도는 절대 처벌이 우선이 돼서는 안 된다. 어른들의 끊임없는 관심으로 바른 교육을 실천해야 하는데 고작 생각해낸 게 생활기록부에 빨간 줄을 긋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려고 하는 건지”라며 정부의 교육 개선책에 대해 비판했다.

가해학생을 모아서 대안학교를 만든다는 대안에 대해 아이디 @gg*******은 “왕따 가해자를 모으면 공격력이 증폭돼서 돌아올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Id******는 “왕따 방지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 가해학생이 전학가면 왕따가 사라지나? 그 학생들 사이에서도 왕따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처벌이 약하다는 반응도 있었다. 아이디 @Le*********은 “몇몇은 낙인찍는 것이냐며 비판하지만 나는 이것도 약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생활기록부는 대학가면 다 사라진다던데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표했다.

학생들 “스스로 느낄 수 있는 대책 필요”

“어른들이 내놓은 학교 폭력 대안은 그렇게 유용하지 않을 것 같아요. 어쨌든 행위가 드러나야 처벌도 할 수 있는 건데 피해학생이나 일반학생은 가해학생이 무서우니까 말하려 하지 않을 걸요.”

지난 17일 본지는 서울 장원중학교 학생들을 만나 이들이 생각하는 학교폭력과 집단따돌림의 원인·대안에 대해 들어봤다. 현재 장원중학교는 학생자치법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 등의 행위가 발생하는 원인과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학생자치법정부장인 문혜미(16, 여) 양은 “유형에 따라 다르다. 어떤 아이들은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폭력을 쓰는가 하면 피해자가 원인을 제공하는 예도 있다. 그래서 가해자만 무조건 잘못했다고 몰아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입시위주의 스트레스가 이 같은 행위를 일으키기는 하지만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반면 부모와의 대화부족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데는 적극 공감했다.

자치법정부에서 변호사를 맡고 있는 신수빈(15, 여) 양은 “청소년 시기에는 잘 지내던 친구와도 의견이 맞지 않으면 쉽게 싸우게 되고 사이가 멀어질 경우 따돌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학교 때는 친구 못지않게 부모님과의 대화가 많이 필요한 시기다. 또 할 얘기도 많다”면서 “그러나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거나 신경을 잘 써주지 않으면 대화가 부족하게 되고 잘못된 생각을 하거나 문제가 있어도 헤쳐 나가지 못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현 대안들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 많았다. 문 양은 “생활기록부에 가해 사실이 적히면 개선되는 아이들도 있겠지만 ‘어차피 적혔으니까 더 하지 뭐’ 이렇게 생각하는 친구들도 있을 것 같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정말 반성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교사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문 양은 “교사가 지속적으로 피해학생을 세심하게 지켜봐줘야 한다. 사건이 끝나면 지속적인 관심이 사라져서 (사건이) 다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개선할 수 있는 대안으로 역할극을 제시했다. 일명 ‘왕따 또는 은따(은근히 따돌림) 체험’이다.

차기 학생자치법정부장 중 한 명인 이가영(15, 여) 양은 “내가 나쁜 아이는 아니지만(웃음) 이런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왕따나 폭력이 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양은 “하루 동안 친구들과 말을 안 하고 밥도 혼자 먹으면 왕따 등 피해학생의 서러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왕따를 당하는 이유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왕따 입장에서는 자신이 왜 왕따를 당했는지(자기중심적, 거짓말), 개선할 점은 없는지를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 박 양도 찬성했다. 박 양은 “물론 이날 하루는 친구들이 작정하고 왕따를 시키겠지만 알면서도 당하는 게 좋지만은 않을 것 같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양과 학생자치법정 차기부장이자 방송부인 이후경 양(15, 여)은 신고함을 방송부 사연함 옆에 두자는 방안을 내놓았다. 신고하러 갈 때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지 않는 대처방법에 대해서도 말했다.

이들은 “물론 가해자가 나쁠 수도 있지만 피해자도 남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해야 한다”면서 ‘용모 단정’ ‘잘 씻기’ ‘셋이 있을 때 둘이 귓속말 자제하기’ ‘자기중심적인 행동 하지 않기’ ‘자기 과시하지 않기’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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