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경기도 여주군에 수도권 첫 현대식 서당으로 문을 연 서봉서원 은희문(55) 훈장이 마을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다가 카메라를 보고 웃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형 인성 교육 중요해

[천지일보=이지영 기자] 회초리(回初理)의 한자적 의미는 ‘처음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다스린다’는 것입니다. 언젠가부터 그 처음이 무엇인지를, 우리 교육이 처음으로 돌아오게끔 다스리고 있는지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최근 대구 중학생 자살사건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학교폭력 사례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또 이와 관련된 원인 분석과 대책들도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대책들의 골자는 신고체계의 구축과 폭력에 상응하는 처벌이다.

그러나 한편에선 이러한 방안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대책은 학생들의 폭력적 행동 표출을 잠시 억제할 뿐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라는 목소리다. 또 이런 대책은 근시안적이라서 학교폭력의 재발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교육 철학’ 자체에 대한 고민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이다.

11년간 중·고등 교사를 하다 대통령비서실 교육문화비서관를 거쳐 ‘그림자 전쟁’ 등을 집필한 김진경 작가는 “교육의 근본적 목표가 무너지는 일은 이전부터 있었다”며 “문제가 심각해진 지 오래됐는데 사회는 그것이 사건으로 나타날 때만 잠깐 주목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근본적 문제인 아이들의 지적성장만을 기대하는 사회 가치와 분위기를 바꿔 교육 생태계를 다시 정상적으로 순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30년간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이강산 씨도 “사후약방문식 원인 분석과 대책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지만, 이것들 모두 어디선가 본 방안이 아닌가”라며 “교육의 방향이 공공성을 잃어버렸다는 원인과 이에 따른 대책은 언제쯤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교육의 근본 문제를 교육의 목표가 예(禮)에서 지(知)로 바뀌었다는 점에서 꼽았다.

몽양당 청학동 예절학교 김보곤 훈장 또한 겨울방학을 맞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이러한 문제를 항상 느낀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서당을 다닐 때는 예절을 먼저 교육받았었다”며 “요즘 사회는 인성을 바르게 잡아주려는 노력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인성을 먼저 갖추도록 교육하다가 보면 왜 학문을 해야 하는지 아이들 스스로 깨달아 공부한다”며 “예절과 인성 함양이 제외된 지금의 ‘생계형 교육’은 회초리를 맞고 처음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충고했다.
인성이 후순위로 밀리고 만 우리 교육의 근본적 문제를 모두가 깨달아야 한다는 호소의 목소리도 있었다.

대안교육 격월간지 ‘민들레’ 현병호 발행인은 “우리 사회에선 누군가 열이 날 경우 그 원인을 외면하면서 해열제나 먹고 나으라고 한다”며 “원인을 알지 못한 채 해열제나 먹고 얼음찜질만 한면 더 큰 병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러한 현실이 바로 우리의 교육”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어 “근본적 치료를 하지 못하는 교육 문제가 오랫동안 곪아 있는 상황 가운데 교육자들도, 아이들도 지쳐있다”며 “교육 포기, 배움 포기의 상태가 올 수도 있는 심각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교육자도 피교육자도 상처받고 지쳐버린 상황이라면 모두가 살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 내부 문제를 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러한 의미에서 대안 학교가 출범했다고 볼 수 있으나 제도권 내에서 도입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에 이강산 씨는 ‘모심(섬김)’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이 씨는 “교육은 결국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교육자가 먼저 모심의 대화를 시작할 때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고 말했다.

이어 “언어가 생각을, 생각은 행동을 지배한다”며 “모심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현장에서부터 아이들의 인성이 올바르게 변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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