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 11일 (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 개인 사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정치권을 강타한 ‘안철수 바람(안풍, 安風)’으로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더욱이 ‘선관위 디도스 테러’ ‘돈봉투 살포’ 등의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이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에서 싸늘하다 못해 분노마저 느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밥상에 올릴 올해 정치권의 화두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올해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앞둔 만큼, 풍성한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자도생’ 잠룡… 선명성 경쟁

예상보다 일찍 한나라당호의 키를 잡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쇄신에 주력하고 있다. 이번 쇄신을 통해 박 위원장이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한다면 4월 총선에서 선전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4월 총선의 성적표에 따라 박 위원장의 대권 행보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여권에서는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 김문수 경기지사 등이 박 위원장과 차별화된 행보를 보임으로써 반전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박 위원장의 대항마로 급부상한 안철수 교수의 등판 시기는 정치권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안 교수가 정치권에 뛰어들 경우 야권에 합류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를 포함한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의 행보에도 눈길이 간다. 손 전 대표는 현재 충전의 시간을 갖고 있으나, 이번 총선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통합 전도사’를 자처했던 노무현재단 문재인 이사장은 4월 총선에서 부산에 출마한다고 선언했다. 한나라당의 ‘텃밭’인 PK(부산·경남)에서 민심이반을 등에 업고 야권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복안이다.

민주당 정세균 전 최고위원은 내리 4선을 한 전북 지역구를 버리고 정치 1번지인 종로구에 출마한다. 수도권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한 후 대권캠프를 가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정동영 전 최고위원은 노동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다른 잠룡과의 선명성을 부각시키겠다는 계산이다.

◆선진당 ‘탈당 내분’으로 몸살

자유선진당(선진당)의 최근 행보가 빛을 잃고 있다. 소속 의원들이 잇따라 탈당하면서 대전·충청지역의 터줏대감을 자청하던 선진당이 와해 분위기를 맞고 있는 것. 4.11 총선을 목전에 두고 연초부터 현역의원들의 탈당으로 위기론이 확산되더니 이번에는 선진당 소속의 시·도당위원장 11명이 심대평 대표를 상대로 서울 남부지법에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악재가 잇따라 겹쳐 사상 최대의 위기에 몰린 형국이다. 물론 정치권 전체가 최근 불거진 ‘돈봉투 쓰나미’로 위기를 맞고 있지만, 선진당도 이 같은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기에 힘이 부치는 분위기다.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사이에서 중재자적 역할을 해야 함에도 선진당은 그간 제 몸조차 관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충청민심이 선진당을 떠나 민주통합당으로 이전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용희(충북 보은·옥천·영동군)·이상민(대전 유성구)·김창수(대전 대덕구) 의원 등 3명의 자당 소속 의원이 탈당한 여파로 선진당의 의석은 현재 15개로 집계된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탈당이 더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점이다. 만일 추가 탈당의원이 발생할 경우 당이 사분오열로 쪼개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현재 상태라면 총선에서 패하는 것은 물론 대선에서도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게 선진당을 바라보는 주변 분위기다. 심 대표를 중심으로 한 선진당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 4월 총선에서 어떠한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李대통령 레임덕 이미 시작?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를 불과 1년여 남겨 두고 측근과 친인척 비리로 심각한 레임덕에 빠지는 흐름이다. 정치권을 강타한 ‘돈봉투 의혹’의 중심에 선 박희태 국회의장, 이 대통령의 멘토로 불리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금품수수 혐의로 보좌관이 구속된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은 레임덕을 가속화할 악재로 거론된다. 특히 박 의장과 관계된 돈봉투 사건은 이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에 결정타가 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나라당 내 돈봉투 파문이 일파만파로 확산, 이로 말미암아 친이계가 더욱 위축하면서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 내부에선 ‘쇄신’과 ‘재창당’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면서 계파 간 내분이 일어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아울러 내곡동 사저 의혹과 관련해 이 대통령의 외유기간 중 청와대 실무자가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MB 집사’인 김백준 전(前) 총무비서관과 이 대통령의 아들인 시형 씨의 검찰 소환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일 터지는 친인척과 측근의 비리 연루설로 한나라당 일부에선 이 대통령의 탈당을 대놓고 요구하고 있다. 사면초가에 놓인 이 대통령이 임기 말 레임덕을 극복하고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펼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또한 정권 말기인 7월에는 복지, 통일 비용, 사회 양극화 등 장기 국가비전 등을 발표한다는 입장이어서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권교체’ 바람 부는 지구촌

올해 지구촌 60여 개 국가가 총선과 대선을 치르는 등 ‘정치적 지각 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 유럽의 프랑스, 러시아 등 주요국에서 권력 재편이 이뤄질 예정이다. 예년보다 많을 뿐 아니라 주요국에서 지도부 교체 여부가 결정된다는 점에서도 올해 선거 일정은 그 의미가 크다.

지난 14일 지구촌 선거 중 처음으로 치러진 대만 총통 선거는 국민당 소속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여) 주석을 누르고 재선을 확정했다. 총통선거와 동시에 실시된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집권 국민당이 지역구 79석 가운데 48석을 차지해 압승했다.

강대국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동북아 정세도 큰 지각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반도를 둘러싼 이들 모두 새로운 지도자를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된다. 특히 11월 6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할지 주목을 받고 있다.

오바마의 대항마를 뽑는 공화당 경선이 지난 3일 시작된 가운데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압도적인 지지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4.11 총선과 12.19 대선을 치르게 된다. 무엇보다 안철수 교수의 대선 출마 여부가 올해 대선의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좌파 바람이 거센 중남미의 베네수엘라와 멕시코, 아랍의 봄을 일으킨 중동지역의 선거전도 눈여겨볼 만하다.

◆기로에 선 한반도 정세 전망

지난해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0회 생일이 있는 2월에는 한반도 정세가 기로에 설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특히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연습에 시선이 쏠린다. 훈련과 김 위원장의 생일이 겹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해마다 이 훈련 기간에 대남 비방의 수위를 높여왔다.

전문가들은 키 리졸브 연습 계획이 나오면 훈련 기간 중에는 북미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작다고 보고 있다. 결국 이번 달에 북미회담의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한반도 정세는 혼돈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은 최근 대남 비방의 수위를 높이며 긴장국면을 조성하고 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은 지난 12일 백서를 내고 “역적패당이 저지른 죄악 가운데 북남관계를 최극단으로 몰아간 지난해의 범죄기록을 만천하에 알리기 위해 이 백서를 발표한다”고 전했다.

북한의 대남 선전용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는 “괴뢰통일부 장관 류우익이 공화국의 현실을 왜곡·비하하면서 대결적 흉심을 드러내는 망발을 늘어놓았다”고 비난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류 통일부 장관의 실명을 처음으로 거론하며 비난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북한은 취약한 ‘김정은 체제’ 탓에 내부의 위기 극복을 위한 타개책으로 키 리졸브 연습 규모에 따라 여기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도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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