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그만두라는 것이냐", "고객 피해 커진다"

(서울=연합뉴스) 한나라당이 신용카드 수수료율을 장기적으로 1.5%까지 낮추겠다는 민심 대책을 내놓자 카드사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계가 작년에 수수료를 이미 내렸고 올해는 수수료 체계를 스스로 개편하는 마당에 여당이 시장 실정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일률적인 인하폭을 제시했다는 이유에서다.

20일 여신금융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현행 2%대인 가맹점 수수료율을 장기적으로 1.5%까지 낮추겠다고 전날 발표하자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카드사들은 올해부터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1.8% 이하로 낮추고 중소가맹점 범위를 연매출 2억원 이하로 확대했다. 카드 수수료율이 불합리하다는 자영업자들의 주장도 반영해 수수료 체계를 바꾸는 용역을 발주, 개편안을 연내에 발표할 예정이었다.

카드사들이 나름대로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는데 모든 업종에 일률적으로 1.5%의 수수료율을 매기겠다는 여당의 입장이 나오자 업계에서는 강한 불만이 쏟아졌다.

올해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대중영합주의 정책이 쏟아지면서 카드 수수료 문제 등과 관련해 적지 않게 시달릴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여당이 장기적으로 수수료율을 1.5%로 낮추겠다고 했기 때문에 당장 조정이 되지는 않겠지만, 수수료율 원가도 따져보지 않은 채 이렇게 압박하는 것은 카드 장사를 그만두라는 말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카드사 임원은 "수수료율 인하는 결국 가맹점 주인들에게만 득이 될 뿐이다. 수익이 줄면 카드사는 부가서비스를 대폭 줄일 수밖에 없어 고객이 직접적인 피해를 보게 된다"고 항변했다.

현재 3%대인 유흥업종 수수료율이 1.5%로 내려가면 룸살롱 등 가맹점주들의 혜택이 막대할 것이라는 점도 불만 요인이다.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나름대로 수수료 체계 개편을 시도하고 있는데 민간 분야에 여당이 개입해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다. 여당이 마음대로 정하고서 그에 따른 손실로 카드사들이 망하면 여당이 책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여당이 제기한 금융위원회의 카드사 시정명령권 신설에도 카드사들은 우려를 표시했다.

카드사 관계자는 "이미 금융 당국이 감독권을 갖고 있어 지도 자체가 시정 명령보다 더 큰 압박을 가하고 있다. 시정명령권까지 생기면 금융 당국이 시장에 직접 개입하는 꼴이 돼 자율 경쟁이 사실상 힘들어질 것이다"고 지적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