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일 해외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박희태 국회의장. (연합뉴스)

결정적 물증 없어 혐의 입증 어려울 수도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박희태 국회의장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지루한 진실공방 형태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이렇다 할 만한 결정적인 물증이 없는 데다, 사건 당사자로 지목된 박 의장이 검찰 조사에서도 혐의를 부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18일 귀국한 박 의장은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서 소정의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하지만 봉투 사건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이는 본인이 검찰에 소환돼도 털어놓을 게 없다는 말과 같다. 여야가 요구하고 있는 사퇴도 사실상 거부했다. 철저히 법 논리로 대처하겠다는 심산을 드러낸 셈이다.

이에 따라 검찰과의 진실게임이 불가피해졌다. 그동안 검찰은 박 의장의 전 비서 고진명 씨와 안병용 서울 은평갑 당협위원장을 소환조사했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지난 16일 구속된 안 위원장은 지난 2008년 전당대회 당시 박희태 후보 측 캠프에서 일하면서 원외 인사들에게 금품을 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고 씨는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실에 돈봉투를 전달한 인물로 의심받고 있다.

현재 이들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고 씨는 돈봉투를 고 의원실로부터 되돌려받은 사실만 시인했다. 안 위원장도 자신의 혐의를 일부 세력의 음모론으로 치부하면서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박 의장과 주변인들이 한결같이 혐의를 부인하면 돈봉투 사건과 박 의장의 연결고리를 밝히는 일이 매우 어려워질 수 있다.

앞으로의 변수는 박 후보 캠프 자금흐름을 총괄했던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비서 비서관의 검찰 소환 등이다. 그는 돈봉투 사건과 관련한 안 위원장과 박 의장의 연결 고리로 지목되고 있다. 박 후보 캠프 핵심 인사였던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의 소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박 의장에 대한 검찰 소환은 설 연휴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검찰이 박 의장을 돈봉투 사건과 연결하려면 박 의장이 돈봉투 살포를 지시했거나 인지하고 있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이에 대한 증언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검찰이 결정적인 물증을 제시하지 못하면 돈봉투 사건은 미궁에 빠져들 수도 있다.

이런 가운데 박 의장의 버티기는 오래가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야당은 물론 한나라당마저 사퇴를 요구하고 있어 그에게 보호막이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또 지금 상황에서 의장으로서 본회의를 진행하기도 어려워 그의 정치적 생명은 이미 끝났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통합당은 박 의장이 본회의를 진행할 경우 보이콧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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