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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급 내 ‘방관자 학생’ 인식 변화가 중요

지난달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 이후 양파 껍질을 벗기듯 연일 새로운 학교폭력의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나오고 있다. 곪을 대로 곪은 게 터진 것이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이 공론화하면서 곳곳에서 다양한 정책이 쏟아졌으나 대책들이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현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르면 학기별로 1회 이상 학교폭력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학급단위로 실시하는 것이 원칙이나 학교 여건에 따라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것도 허용되고 있다.

강남청소년수련관 학교폭력예방센터 이은정 청소년상담사는 학급단위로 교육할 때 효과가 컸다고 말했다. 이 상담사는 “반별 교육에서 확실히 아이들이 관심을 보이고 수업 이후에도 질문을 꽤 한다”며 “특히 방관자 입장의 아이들을 이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수의 방관자 학생들이 학급 분위기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반별 교육 때 이상 징후를 보이는 학생은 눈에 띈다”며 “이런 경우 담임교사나 학교 상담교사와 연결해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학부모나 교사는 학교폭력을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일까.

학교폭력피해가족협의회 조정실 회장은 “아이가 말을 안 한 것이 아니라 계속 ‘SOS’ 도움을 요청하는데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예방 못지않게 대처도 중요하다”며 “대처를 잘 하는 것이 곧 예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상 징후의 대표적인 예로 전학을 요구하는 등 학교가기를 꺼려하는 언행을 꼽았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에 따르면 구체적인 폭력 피해 징후에는 ▲질병 핑계 결석 ▲양호실행을 자주 요구 ▲이유 없이 전학의사 표명 ▲상처나 멍이 있는데 얼버무림 ▲새 물건을 자주 분실 ▲잦은 용돈 요구 ▲풀이 죽어있음 ▲입맛이 없다고 함 ▲친구에게 전화 올 때 난처한 표정을 지음 ▲갑작스런 성적 하락 등이다.

학교폭력에 노출된 아이의 상황을 알게 된 이후 학부모의 대처도 중요하다. 지난 18일 오전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직장인 학부모를 위한 학교폭력 예방 교육에서 강연자로 나선 학교폭력 SOS지원단 이유미 단장은 “학교폭력 피해 사실을 알게 된 후 감정적으로 아이에게 화를 내고 야단치면 아이가 상처를 받는다”며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며 대화를 통해 충분히 공감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교육지원청 위(Wee)센터 신성희 실장도 “학교폭력 피해 학생에게 제일 먼저 필요한 것은 그 아이를 지지해주는 것”이라며 “이와 함께 폭력 상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지켜주고 보호해주는 조처가 취해진 이후에 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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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해결에 있어 학부모와 함께 교사의 역할도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폭력의 해결방안으로 교사 변화에 초점을 맞춘 교원 감정코칭 프로그램을 올해 처음으로 실시했다. 이번 프로그램 강연자로 나선 신 실장은 “교사가 자신의 감정을 잘 알아차려야 아이나 주변 사람의 감정도 잘 알아차릴 수 있다”며 “대부분 교사의 실제 상황들을 담았다”고 말했다. 기존에 학생을 변화시키기 위한 생활지도 연수에서 탈피해 문제 원인을 교사 안에서 찾는 시각으로 접근한 것.

고려대 사범대 부속고등학교 박진훈 전문상담교사는 “학생을 처벌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먼저는 왜 그랬을까 학생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며 “학생의 잘못을 허용한다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의 공감대가 형성돼야 문제의 실마리가 풀린다”고 말했다.

우지향 서울 문화고 전문상담교사는 “결국 학교에만 위기 요인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정과 학교,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며 “학교 폭력이나 왕따 문제 자체만 볼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공감능력을 키울 수 있는 사회 전체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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