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발언 일파만파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한나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이 공개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자진 탈당 문제를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동시에 이 대통령의 한나라당 거취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르고 있다. 청와대와 비대위는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급히 수습에 나섰지만, 당내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김 비대위원은 18일 오전 국회 귀빈식당에서 원희룡 한나라당 의원 주최로 열린 ‘새로운 보수 가치와 한나라당 비대위의 과제’ 토론회에서 이 대통령의 탈당 문제 관련해 “대통령을 억지로 퇴출시킬 수 없고,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위해 대통령 스스로 어떤 자세를 취하는 게 옳은지 판단해야 한다”며 “최고 통치자가 그 정도 정치적 감각이 없다면 상당히 문제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이는 당이 직접적으로 탈당을 요구하기 전에 이 대통령 스스로 알아서 탈당하라고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청와대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하면서도 직접적인 대응을 피했다. 청와대 박정하 대변인은 김 위원의 주장에 대해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도 진화에 나섰다. 황영철 대변인은 ‘대통령 탈당’ 발언 관련 논평을 내고 “당과 비대위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라며 “김 위원이 토론회에 참석해 대통령 탈당 등 당정 차별화를 언급한 것은 정부와의 정책 차별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의 발언”이라고 말해 논란 확산을 차단했다.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한 김 위원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특별한 뜻을 갖는다기보다는 상식적인 선에서 얘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내에서 공개적으로 대통령의 탈당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계파에 관계없이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친박계인 이종혁 의원은 19일 평화방송에 출연해 “힘 빠진 대통령을 정권 말에 가서 물러나라고 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치 행태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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