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남터 순교성지 내 기념성당. 3층 기와건물에서 한국적인 미가 느껴진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새남터 순교성지

[천지일보=백지원 기자] 잘 정돈된 3층 기와건물이 한국적인 미(美)를 뽐낸다. 2층 창문에 그려진 성화 속 여러 성인들과 건물 중앙의 한국적인 모자상이 성지를 찾아온 이들을 반긴다.

4대 박해 동안 순교한 성직자 14명 중 11명을 비롯해 수많은 천주교인이 스러져 간 새남터 순교성지. 이들의 정신을 기리고 오늘날 많은 신도들이 이러한 순교정신을 이어가길 바라는 뜻에서 이곳에 기념성당과 기념관이 세워졌다.

▲ 새남터 순교성지 입구 오른쪽에 있는 김대건 신부상 ⓒ천지일보(뉴스천지)

새남터 성지에 들어서니 입구 옆에 커다란 석상(石像) 하나가 눈에 띄었다. 이곳에서 순교한 ‘한국인 최초의 신부’ 김대건 성인의 석상이다. 물론, 동상과 완전히 똑같은 모습은 아니었겠지만 늠름하고 건장한 모습의 동상을 보니 그가 청년의 나이에 순교했음을 다시 한번 떠올리게 된다.

석상에서 느낀 숙연함을 안고, 성당을 따라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이 길에는 예수의 사형선고부터 무덤에 묻히는 과정까지의 ‘십자가의 길’ 열네 장면이 새겨진 돌들이 보인다. 열네 장면 처음과 끝에는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마음속에 의미를 되새길 수 있도록 관련 기도문이 적혀 있다.

▲ 새남터 기념성당 대성전. 십자가에 달린 예수상과 103위 성인의 벽화가 보인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성당 바깥을 어느 정도 둘러본 후 성당 안 2층 대성전으로 올라갔다. 대성전 내부는 2~3층이 트여 천장이 높고, 서양 가톨릭 형식을 따르되 한국적인 미가 더해져 포근함이 느껴진다. 서양 성당과 한옥이 섞여 있는 느낌이랄까.

이러한 특징은 제단과 벽화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대성전 앞 중앙에는 십자가에 달린 예수상이 있고, 그 뒤에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태극마크, 온 세계로 복음을 전하라는 물결무늬와 8개의 빛살무늬가 조각돼 있다. 가톨릭과 우리나라의 상징물들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 밑으로 돔 안에 각각 ‘성령’과 ‘예수’를 상징하는 비둘기와 양, 한국 고유의 등(燈)이 보인다. 또한 예수의 심장을 상징하는 ‘하트’ 모양의 문이 있는 감실(제단의 위에 성체를 모셔 두는 작은 장)이 놓여 있는데, 이

또한 지구 모양에 무궁화가 새겨져 있어 친근하다. 이를 중심으로 양쪽에는 제단벽화 ‘103위 성인 부조’가 새겨져 있다.

그리고 성당 밖에서 본 ‘십자가의 길’ 열네 장면과 같은 그림이 대성전 양 벽면에 걸려 있는데, 다른 점이 있다면 대성전 안 ‘십자가의 길’은 한국적이라는 점이다. 예수는 한복을 입고 있으며, 로마 군사들은 한국 포졸로 표현돼 있다.

그렇게 대성전을 살펴본 후 옆 건물에 있는 기념관으로 향했다. 영상실, 성인 14명의 유해실, 형구 체험실 등으로 구성됐으며, 김대건 신부의 옥중서한과 교우촌‧순교지 모형 등이 전시돼 있어 당시 천주교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다.

▲ 새남터 순교성지 내 기념관 내에 전시된 순교자 모형 ⓒ천지일보(뉴스천지)

기념관 안에서 가장 인상에 남았던 부분은 박해 당시 끌려가는 천주교 신자들의 모습, 끌려가 고문당하는 모습, 그리고 순교로 잘려나간 목들만 있는 모습 등이 담긴 교우촌‧순교지 모형이었다.

모형임에도 피를 흘리고 있는 그 모습들을 보니 이 땅에 천주교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그리고 자신들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은 순교자들의 정신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이제 성화로만 남아 있지만, 이 땅에 천주교를 심기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그들의 정신만큼은 그곳에 생생히 남아 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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