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계속 부인하면 수사 난항 가능성도

[천지일보=임문식 기자] 박희태 국회의장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18일 귀국한다. ‘2008 전당대회돈봉투 파문’의 중심에 있는 그를 통해 ‘돈봉투 게이트’가 활짝 열릴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돈봉투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정국은 또다시 격랑에 휩싸일 전망이다.

박 의장의 귀국으로 검찰 수사는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그동안 사건의 ‘고구마 줄기’를 캐는 데 주력해 왔다. 지난 2008년 전당대회 당시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에게 돈봉투를 전달한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박 의장의 전(前) 비서 고명진 씨와 지역구 관계자들에게 돈봉투를 살포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병용 은평갑 당협위원장 등 주변인들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상황이다.

검찰은 이제 의혹의 당사자인 박의장에게 칼끝을 겨눌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돈봉투 파문의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느냐 마느냐는 박 의장의 입에 달려 있다. 박 의장은 현재 “돈봉투를 준 일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박 의장이 돈봉투 살포 의혹을 계속 부인한다면, 사건은 지루한 진실공방 양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검찰은 박 의장 소환을 위한 전 단계로 최측근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우선 지난 2008년전당대회에서 박희태 후보 측 캠프자금흐름을 총괄했던 조정만 국회의 장 정책수석 비서관을 조만간 소환조사할 예정이다. 박희태 캠프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의 소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박 의장의 소환을 전격 추진하고 나서면 박 의장도 이에 불응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한목소리로 박 의장의 사퇴와 함께 돈봉투 사건에 대한 엄정 수사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박 의장이 귀국과 동시에 어떻게든 거취를 표명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종태 국회대변인은 ‘박 의장이 거취 표명을 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박 의장이 귀국하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했다.

박 의장이 검찰 소환에 응하면 돈봉투 사건은 ?2라운드?로 접어들게된다. 돈봉투 살포 관련자로 지목된고 씨와 안 위원장이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박 의장도 검찰에 연루 의혹을 계속 부인할 수 있어 수 사가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도 있다. 이러면 ‘돈 받은 사람’은 있는데 ‘돈준 사람이 없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의혹이 잔뜩 커진 상황에서 검찰이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면 정치권과 검찰 모두에게 비난 여론이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돈봉투 사건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상 초유의 현역 의원 줄소환 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사면초가에 몰린 박 의장의 입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