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다. 지난 16일 저녁, 친구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한 여고생이 자살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작년 12월 아파트에서 투신자살한 여고생과 같은 학교, 같은 반 친구로 친구를 지켜주지 못해 많이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한 언론에서는 학교폭력으로 인해 치료를 받고 있던 친구에게 위로의 편지를 보낸 같은 반 친구들이 외려 피해 학생을 나약한 사람이나, 혹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며 쓴 편지가 소개돼 씁쓸함을 안긴 것과는 사뭇 다른 안타까움이다.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비단 학생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교사와 학생 간의 불미스러운 일 또한 학교폭력의 폐단이라고 할 수 있다. 여교사의 어깨에 팔을 올려놓거나 농담을 건네는 등의 행동은 차라리 가벼운 쪽에 속한다.

지난 9일 대구의 한 고등학교 교실에서는 한 학생이 교사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보충수업시간에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던 학생 A군의 휴대폰을 압수한 뒤 일어난 일이다. 교사와 학생 둘만 교실에 남은 상태에서 해당 학생의 부모와 통화를 마친 교사를 겁주려는 듯 A군은 몸에 지니고 다니던 칼을 손에 들었다. 마침 지나가던 학생들의 제지로 위험한 순간은 지났으나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가해자 A군 또한 그동안 학교폭력에 노출된 피해자로 자기를 방어하기 위해 칼을 몸에 지니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욱 큰 문제는 해당 학교가 이 일을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교사들의 입을 막으려 했다는 사실이다. 충격에 빠져 신경과 치료를 받고 있는 피해교사에게는 남은 보충수업을 마치도록 요구했으며, 피해교사의 의견은 묻지도 않고 가해학생의 부모에게 주소와 전화번호를 알려줬다고 한다.

이번 사건은 외부로 알려져 그 사건의 진상이 드러났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폭력의 사건들은 비일비재할 것이다. 학교 측의 은폐로, 혹은 보복의 두려움으로 알려지지 않은 학교폭력의 피해자 또한 많을 것이다. 은폐한다고 일어난 사건은 없는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라도 학교 당국은 학교폭력으로부터 학생과 교사를 보호하기 위해 무엇이 옳은지 제대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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