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익 정치평론가
한나라당 쇄신파 의원들이 당 쇄신 방안으로 중앙당과 당 대표 선거 폐지, 4.11 총선 공천에서의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고 한다. 남경필 정두언 구상찬 홍일표 의원 등이 이런 의견을 모아서 비상대책위에 건의할 것이라고 한다.

정당을 원내중심으로 하겠다는 것은 국회의석이 있는 정당은 유리할 것이고 의석이 없는 정당이나 신생정당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한 제도이다. 중앙당이 없다고 할 때에 지구당은 그 자체가 지금보다 훨씬 강력한 세를 과시할 것으로 본다. 지구당 위원장의 비대해진 권한을 제어할 방법이 없을 것이다.

완전국민경선제는 지금까지 어느 정당도 시도해 보지 않았던 것으로 효과나 장, 단점에 대해서 알려진 바도 없고 부작용에 대해서 심각하게 연구해 본 적도 없다. 그동안 야당에서도 국민경선제를 100% 시행하지 않았다. 국민경선제를 받아들이면 당원들의 역할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당원이 행사할 수 있던 권한은 당 대표선거와 전당대회 참여, 지구당의 당무참여 등이 있었으나 당원의 역할이 없어지면 당원을 할 필요도 이유도 없는 것이다. 당원이 내는 당비로 운영하는 것이 건전하고 바람직한 정당 활동인데 당원이 없고 당비가 없다면 정당이 국고보조금에만 의지하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국회의석수에 따라 배분되는 정당보조금이 정당 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회의석이 없는 정당은 국고보조금이 없으므로 당비나 특정인의 후원이 없으면 운영조차 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남경필, 정두언 등이 쇄신파의 대표인 것처럼 나서는 것이 한나라당의 한계인 것으로 본다. 남경필 의원의 경우를 보면 기회주의자의 전형이다. 4선을 하기까지 권력의 줄타기 명수이고 정두언의 경우는 친이계의 핵심에서 밀려난 대통령의 핵심측근이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나라당의 쇄신을 말할 자격이 없는 구태정치의 한 축이었다고 본다.

이들이 밀실에서 결정한 쇄신안이 한나라당을 살리는 쇄신안이 아니라 같이 죽겠다는 자폭론이 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한나라당에서 최고위원까지 지낸 사람들이 뒤늦게 이런 엄청난 주장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이들이 낸 쇄신안이 당원들의 주권을 없애고 당을 해산하자는 것으로 보아 설득력도 없고 애당심도 보이지 않는다.

미국식 정당 제도를 들먹이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치구조나 정치수준이 미국과 비교하기에는 한참이나 모자란 것이 사실이다. 20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미국식 정당 제도를 억지로 갖다 붙인다는 것은 체형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과 같다.

지금 한나라당의 문제는 고비용정치가 제일 큰 문제이다. 당대표나 최고위원이 되기 위해서 돈을 써야 하고 그 돈을 충당하려는 자금모금이 문제이고 자기편을 만들기 위해서 금권정치를 해야 하는 썩어빠진 정신상태가 문제인 것이다. 쇄신은 낡은 사고방식을 바꾸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당대표 선거는 전 책임당원의 투표로 선출하면 될 것이다. 고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지금의 야당이 시행하는 모바일 투표가 제일 돈이 안 들면서 투명한 선거가 될 것이다. 정당은 국민이 이끌어 가는 것이 아니라 당원들이 이끌어 나가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선택권을 주려면 당이 필요 없고 정당도 있을 필요가 없다. 차라리 무소속으로 나오는 것이 당당한 것이다. 정당이 필요 없고 당원이 필요 없다면 개인의 능력과 사고방식이나 품성과 정치관을 보고 투표하게 될 것이다.

쇄신파라고 말하는 남경필, 정두언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중앙당을 없앰으로써 정당을 국회로 옮기자는 것이고 당대표는 국회의원인 원내대표가 해야 한다는 것이고 국민들이 후보자를 선택하자는 말인데 결국은 인지도 높은 자신들이 유리하게 되고 정치 신인들의 등장을 어렵게 만들고 지구당 위원장의 힘을 강화하자는 말과 다름없다.

한나라당은 쇄신작업을 하고 있다. 비대위의 쇄신작업에 불만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의원직을 던지고 차라리 당을 떠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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