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생과 학부모가 13일 오후 서울 숭덕초교 주변 시설물을 찍은 사진을 웹 기반 지도에 올려 지역사회에 필요한 ‘학교 안전 지도’를 제작하기에 앞서 연습해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시민 참여형 ‘커뮤니티 매핑’ 방식… 지역사회 맞춤형
학교 주변 시설물 사진 찍고 문제점까지 웹지도 올려

[천지일보=장요한 기자] “여기 골목길에서 다른 친구들이 돈 안 뺏겼으면 좋겠어요.”
“이 분식집에 많이 가는데 횡단보도가 없어서 위험해요.”

서울 숭덕초등학교 3학년 유한빈(10) 군이 미처 어른들 눈에는 보이지 않던 학교 주변 위험지역에서 아이패드로 사진을 찍더니 ‘커뮤니티 매핑’ 사이트에 올렸다. 유 군이 올린 정보는 곧 지도에 표시돼 누구든지 이곳을 클릭하면 해당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13일 오후 숭덕초교에서 학생과 학부모, 자원봉사자 30여 명이 직접 참여해 ‘학교 안전 지도’를 만들었다. 이날 학생과 학부모,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10개 조가 1시간 만에 각각 정해진 구역을 탐색해 완성된 것.

서울 시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된 이번 ‘학교 안전 지도’ 제작 과정은 의외로 간단했다. 각 조별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를 이용해 수집한 정보를 웹 기반 지도에 올리는 과정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현장에 나가 어린이보호구역 주변 안전시설, 횡단보도, 통학로 등을 사진으로 찍으면서 문제점이나 개선 방안을 파악해 웹 지도에 표시했다.

유 군의 어머니인 홍여선(33, 여) 씨는 “보다 많은 학교가 참여하면 더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라며 “선생님들이 참여수업으로 활용하면 안전한 학교 환경을 만드는 데 효과적일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숭덕초교 학교운영위원인 마명숙(41, 여) 씨도 “교육용으로 좋은 프로그램”이라며 “선생님이 교과활동으로 운영한다면 학생의 참여도가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 군과 한 팀을 이룬 자원봉사자 김종욱(울산과기대 2학년) 씨는 “구석구석 다니면서 아이가 자신의 경험담이나 평소 어머니한테 하지 않았던 얘기를 술술 풀어냈다”며 “한 골목길을 지날 때는 형들에게 돈을 빼앗겼던 일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 12일 오후 서울 숭덕초교 주변 사진을 찍어 웹 지도를 만들고 있는 학생과 자원봉사자. ⓒ천지일보(뉴스천지)

김 씨는 또 “가파른 길에서 아이들이 위험한지도 모르고 자전거나 롤러스케이트를 다고 다녔다”면서 “아이가 이곳이 얼마나 위험한지 이번 기회에 알게 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렇게 개선 또는 정비가 필요한 시설에 대한 정보는 곧 서울 시정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는 이번 참여형 학교안전 커뮤니티 매핑 과정에서 나온 모니터링 결과를 아마존(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다닐 수 있는 공간) 초등학교, 어린이 다중이용시설 주변에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참여한 한 구청 직원은 “사실 어린이나 학교현장 목소리를 듣고 싶을 때가 간절했다”면서 “이런 통로가 있다면 실질적으로 어린이 안전에 도움이 되는 개선안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교통 관련 커뮤니티 매핑을 제도화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이번 행사는 커뮤니티 매핑 전문가인 임완수(미 럿거스대학 겸임교수) 박사와 서울시가 공동으로 추진한 프로젝트다.

이날 임 박사는 실제로 뉴욕과 뉴저지 등 외국도시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화장실 지도, 수질지도, 자전거도로 안전지도 등 다양한 부분에 응용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천 원짜리 찐빵은 천 명과 나누면 별로 먹을 게 없지 않냐”며 “천 원 가치의 정보를 다른 사람과 나누면 나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천 원 값어치를 얻게 된다”고 강조했다.

‘커뮤니티 매핑’이란 구글맵, 마이크로소프트 빙 맵스 등이 제공하는 지리정보시스템을 활용해 교통뿐만 아니라 생활정보, 각종 시설물 등 지역사회의 다양한 요소들을 시민들이 직접 지도에 표시해 문제점을 해결해 나가는 새로운 형태의 시민 참여형 지도 제작기술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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