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제품 가격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446억 47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고 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대기업의 꼴사나운 작태다. 세계 1~2위 업계인 이들 기업은 서로 짜고 세탁기·평판TV·노트북PC 가격을 올려 받았다. 이미 두 회사는 지난 2년 사이 세 번이나 담합으로 적발됐다. 죄의식을 전혀 못 느끼는 듯하다.

두 업체는 출고가 인상, 판매 장려금 축소를 통해 소비자판매가격을 최대 20만 원까지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기업 관계자는 2008년 10월부터 2009년 9월까지 3차례에 걸쳐 서초구 인근 식당에서 만났다. 이 자리에서 전자동(10㎏)세탁기와 드럼세탁기(10㎏·12㎏·15㎏) 22개 모델에 대한 가격인상 및 가격유지를 결정했다.

또 2008년 7월~2009년 2월에는 양사 본사 근처의 식당에서 두 차례에 걸쳐 평판TV의 과다경쟁 자제, 출고가 인상, 장려금 축소 등에 합의했다. 노트북PC와 관련해 양사는 2008년 7월 인텔의 센트리노Ⅱ가 탑재된 신모델 출시를 앞두고 가격을 담합했다.

담합이 이처럼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적발돼서 받는 처벌보다 담합을 통해 획득하는 이득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일단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시작될 경우 자신들의 담합 사실을 먼저 신고하면 리니언시(담합 자진신고 감면제) 1순위 지위를 얻어 과징금 전액이 면제된다. 이번 사태에서 LG전자가 여기에 해당하며 2순위로 신고한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과징금의 50%가 탕감됐다.

리니언시 제도를 대기업이 악용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가령 이번에는 A기업이 1순위 지위를 얻고, B기업이 2순위를, 다음번엔 B기업이 1순위를, A기업이 2순위를 얻은 방식으로 짬짜미가 가능하다. 이 방법을 쓰면 말 그대로 법 위에서 놀아나게 된다. 담합을 단속하려면 좀 더 새로운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내부고발자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2순위 신고자에게 주는 혜택을 대폭 줄이는 방법을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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