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술 정치컨설팅 그룹 인뱅크코리아 대표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1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소값 폭락과 관련하여 농민들의 과격한 항의에 대해 “어떤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는 도를 넘어선 행동”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 장관은 “소값이 하락했다고 해서 구제역 방역기간에 서울로 소를 끌고 오고 자식같은 송아지를 굶겨 죽이는 것을 보고 참담함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앞으로 농어업 발전에 도움이 안되는 일부 농어업인들의 부당한 요구에 대해서는 당당하게 맞서 원칙과 정도를 엄정하게 지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서 장관의 이러한 발언의 배경에는 한국낙농육우협회가 오는 16일에 소를 몰고 상경 집회를 추진하고, 전북 순창군에서 한 농민이 정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소 13마리를 의도적으로 굶겨 죽이고 사체를 방치한 사건을 두고 과격한 행동에 대한 경고 발언으로 해석된다. 또한, 서 장관은 “작년 구제역 발생으로 3조 원을 땅에 묻었다”며 “구제역 방역기간 중에 소를 이동시켜 구제역이 발생하면 1차적으로 지자체에 책임을 묻고 해당 농가에도 구상권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서 장관의 발언을 들으며 필자는 어느 나라 장관의 이야기인지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낙농업계의 소값 폭락 원인이 무엇인지, 누구 때문인지를 몰라서 강경한 목소리를 낸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공권력의 힘만을 믿고 밀어붙이면 된다는 식의 논리인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값 폭락의 원인은 두가지다. 그 첫 번째는 수입육의 증가요, 그 두 번째는 유통구조의 문제다. 이 정도의 문제의식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아는 일반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농림수산식품부의 장관이라는 분이 이를 알고나 하는 말인지 귀가 의심스러울 정도다. 또한, 수입육의 증가 원인은 낙농인이 아닌 정부책임이요, 유통구조를 개선하지 못하는 것도 결국 정부책임이다. 그런 일을 하라고 국민이 장관을 시켜준 것이지 소 키우며 살아가는 낙농인을 협박하라고 그 자리에 앉혀준 것이 아니란 말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발표한 중장기적 성격의 정책이나 말도 안되는 ‘송아지 요리 개발’식의 대안으로는 소값 폭락을 잡을 수가 없다.

우선 긴급하게 처리해 나가야 할 문제는 1차적으로 유통구조 개선 문제가 시급하다. 급한 대로 정부가 수매해서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도 검토해 볼 문제다. 소값 폭락으로 인해 송아지 한 마리가 1만 원밖에 안 나간다는 한우낙농육우협회 이승호 회장의 말처럼 제값을 주고 정부가 수매한 이후 국민들에게 원가로 판매한다면 국민들 또한 이해하고 한우를 팔아줄 것이라 믿는다. 국민들이 비싼 가격 때문에 먹고 싶어도 쉽게 사먹을 수 없는 게 한우다. 유통구조의 문제점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이 나라의 장관이라면 팔을 걷어붙이고서라도 서울시청 광장에 가서 한우를 팔아야 한다. 그게 대한민국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할 일이다.

6일 통계청의 가축동향조사를 보면 한우 송아지 생산(3개월 동안 태어난 송아지 수)은 지난해 6월 초 32만 9311마리에서 9월 초 20만 8662마리, 12월초 12만 8163마리로 6월 정점을 찍은 후, 6개월 만에 20만 마리가 줄었다. 송아지값 폭락으로 인하여 한우 농가들이 생산을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에게 판매되는 한우값은 여전히 비싸서 일반 가정에서 한우를 먹는다는 것은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는 장바구니에 담기조차 어렵다.

지금 당장 서 장관이 해야 할 일은 낙농인들에게 협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여 판매량을 증가시키고 일시적이라도 수입산 쇠고기 수입량을 감소시켜 한우시장을 지켜주는 일이다. 또한, 유통구조 개선을 통해 중간 상인들의 개입을 차단하고 중장기적으로 한우값이 안정되도록 하는 것이 장관이 해야 할 일이다. 생산자인 낙농인들이 송아지 수를 계속 줄여나간다면 얼마가지 않아 또다시 한우 가격이 폭등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수입육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이 낙농인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발언은 어느 나라 장관인지 이해할 수 없는 우리 대한민국 장관의 현실을 아닐까 싶다. 필자는 대통령께 묻고 싶다.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서 어느 나라 장관을 선임하셨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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